[엄윤상의 세상만사] 어느 재벌 회장의 딜레마

2024. 6. 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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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가 그의 제자 에우아톨로스에게 변론술을 가르치고 수업료를 요구했다.

'세기의 이혼'이라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간의 이혼 등 항소심 판결이 선고됐다.

결국, 최 회장은 경영권과 사랑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셈인데, 혹자는 이 상황을 '최태원의 딜레마'로 부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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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가 그의 제자 에우아톨로스에게 변론술을 가르치고 수업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에우아톨로스가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 결국, 스승과 제자가 법정에서 다투게 되었다.

법정에서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이 재판에서 이기면, 이겼으니 수업료를 받아야 하고, 만약 에우아톨로스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변론을 제대로 배운 것이므로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에우아톨로스는 프로타고라스의 논리를 역으로 이용하여 ‘자신이 재판에서 이기면, 이겼으니 수업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고, 지면, 프로타고라스가 변론술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니 수업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프로타고라스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 되었는데, 이를 ‘프로타고라스의 딜레마’라 한다.

이처럼 ‘딜레마’는 선택지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원치 않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말한다. ‘딜레마’도 여러 종류가 있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는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의 바늘에 찔리고, 멀어지면 추위를 겪게 되는 관계를 말한다.

그리고 많이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가 있다. 예를 들어 공범인 두 죄수가 있다. 경찰은 각각 따로 심문하면서, 만약 상대방을 배신하고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석방되지만 다른 공범은 10년 형을 살아야 하고, 둘 다 자백하면 둘 다 5년 형을 살며, 둘 다 자백하지 않으면 둘 다 1년 형을 산다고 제안한다. 이럴 경우 두 죄수는 각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자백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 둘 다 5년 형을 살게 된다는 딜레마다. 이런 일은 실제로도 일어난다. 2001년에 발생한 대전 은행강도 살인사건의 범죄자인 이승만과 이정학은 이 딜레마에 빠져 모두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세기의 이혼’이라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간의 이혼 등 항소심 판결이 선고됐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원과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최 회장은 1심(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거의 완승을 거뒀지만, 항소심에서는 완패했다.

최 회장이 아무리 재벌이라고 하더라도 현금으로 1조원 넘는 돈이 있을 리 없다. 결국,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여 주거나 노 관장에게 사정하여 주식으로 줘야 한다. 이럴 경우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30% 이상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해서 최 회장이 SK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다른 선택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 후, 쌍방이 이혼소송을 취하해 현재의 법률혼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최 회장은 많은 것을 포기하며 얻은 내연녀와의 사랑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최 회장은 경영권과 사랑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셈인데, 혹자는 이 상황을 ‘최태원의 딜레마’로 부를지도 모르겠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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