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방 "대만문제 신성불가침…분열 시도 가루될 것"…대만 "도발적 발언"

문채석 2024. 6. 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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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제 미국 관여에 원색 비난
"러시아에 절대 무기 제공 안한다"
남중국해 개입 "불에 타 죽을 것"
대만 "도발적·비이성적 발언에 깊은 유감"

중국 국방수장이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 자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원색적 용어로 맹비난하면서 중국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5차 본회의에 참석해 '세계 안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2일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둥쥔 국방부장은 이날 제21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중국 세션에 나와 "중국은 지금껏 각국의 합리적 우려를 존중해왔고, 마찬가지로 중국의 핵심 이익은 신성 불가침하다"며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 수호는 중국군의 신성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둥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면서 "외부 간섭 세력은 '살라미 방식'(큰 덩어리를 얇게 잘라 여러 개로 나누는 방식)으로 끊임없는 '하나의 중국' 원칙 공허하게 만들기, 대만 관련 법안 꾸며내기, 고집스레 대만에 무기 판매하기, 불법적으로 공식 교류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향한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대만 독립'을 조장하고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기를 도모하는 것으로, 이런 사악한 마음이 대만을 위험한 상황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다"며 "중국은 언제나 평화통일에 힘썼으나, 이런 전망이 '대만 독립' 분자와 외부 세력에 파괴당하고 있고, 국가 분열 위험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감히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켜 나가려는 자는 반드시 몸과 뼈가 부서져 가루가 되고(粉身碎骨) 스스로 파멸을 부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둥 부장은 최근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 등으로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떠오른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선 "일부 국가(필리핀)가 외부 세력의 선동 아래 (중국과의) 양자간 약정을 파기하고, 약속을 어기며, 사전 모의된 말썽을 일으키고,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 오도하며, 심지어 지역 국가의 전체 이익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헌장 정신을 어긴 채 외부 세력(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협조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행동이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파괴할 것이라며 "결국 자신이 지른 불에 타 죽을 것(引火燒身)"이라거나 "중국은 권익 침해·도발 행위에 대해 충분한 자제력을 유지해왔으나 이 또한 한계가 있다"는 등 강도 높은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둥 부장은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중인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우리는 절대로 무기 제공을 하지 않는다"며 재차 부인하며 이중용도(군수용과 민수용으로 모두 쓰일 수 있음) 물자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발전 성취와 안정 국면은 쉽게 온 것이 아니고, 지역 각국 인민의 공동 노력의 결과"라며 "우리는 패권주의와 힘의 정치가 아태 지역에 해를 끼치는 것과 지정학적 충돌과 냉전·열전이 아태 지역에 들어오는 것, 어떤 국가·세력이 이곳에서 전쟁과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달 31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의 첫 대면 회담에서 양국 군간의 소통 필요성에 공감한 둥 부장은 이날도 미국과의 관계 관리를 강조했다.

둥 부장은 "중미 양국 군 사이엔 이견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이 교류해야 하고, 설령 길이 다르다고 해도 대결을 벌여서는 안 된다"며 "관건은 평화·안정·신뢰를 중시하고 양국 군이 공존하는 올바른 길을 찾아 세계와 지역 평화를 위해 더 긍정적인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은 이날 둥 부장의 수위 높은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중공(중국) 당국자가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관해 한 도발적·비이성적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중공이 다시금 무력 발언으로 대만과 주변 국가를 위협함으로써 그 집권체제가 아태 지역 평화·안전에 충격을 줄 위험이 이미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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