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우크라에 美무기로 러 본토 타격 가능범위 확대 시사”

백일현 2024. 6.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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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를 동원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일부 허용한 데 이어 공격 가능 범위를 더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방어 목적 외에도 러시아 내부의 더 광범위한 목표물을 미국산 무기로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무기를 사용한 러시아 내부 공격을 승인했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적응과 조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를 더 깊이 타격하는 데 미국산 무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는 하르키우 방어를 위해서만 미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했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NYT는 블링컨 장관의 ‘적응·조정’ 발언을 향후 전장 상황과 전쟁 방향 변화에 따라 러시아 본토 공격 제한 범위가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론이 고조되던 지난달 29일 몰도바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조건과 전장 상황, 러시아가 침략을 추구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우리는 적응하고 조정해 왔다”며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 체코 프라하 체르닌 궁전에서 열린 NATO 외무장관 회담 기자회견에서 기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 본토 공격에 허용한 무기 종류가 전쟁 국면을 전환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CNN은 복수의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것이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무기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중거리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MLRS)과 야포 체계 등으로, 더 먼 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은 여전히 러시아 본토 공격 사용이 금지돼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본토 깊은 곳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장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정부에 스톰 섀도 미사일 같은 장거리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100%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영국 등 다른 동맹국도 자국산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 제21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7차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각지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에 걸쳐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자포리자, 도네츠크, 키로보흐라드, 이바노프란키우스트 등 5개 주(州)의 에너지 시설이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폭격당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습 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방위산업단지와 에너지 시설, 서방 무기가 보관된 창고에 보복 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미국의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에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전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본토 공격 허용’에 대해 텔레그램 채널에 “우크라이나와 나토 동맹은 파괴적인 힘의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을 때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한편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을 피하려 전투기 등을 그간 사용하지 않던 비행장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고 텔레그래프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내 친우크라이나 단체 아테시 운동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그간 폐쇄했던 기지 두 곳을 재개장하기 위해 정비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러시아 레닌그라드 지역 세르톨로보 근처의 페소치넨스키 군사 훈련장을 방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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