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대, 미달 우려에도 '수능 최저' 고수…"의대 가치 지켜야"
의과대학 증원 절차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입시의 시간’이 시작됐다. 의대 입학의 문이 넓어지면서 일부 지방의대에서는 수시 미달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의대 증원 여파, “의대조차 수시 미달 우려”
입시업계에선 지역인재전형이 대폭 확대되면서 의대에서조차 수시 모집인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미달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비수도권 의대 26곳이 수시모집에서 지역인재로 선발한 인원은 총 800명으로, 당시 8369명이 지원해 10.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선발 인원은 1549명으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지원자 수를 대입할 경우 올해 경쟁률은 5.4대 1로 반 토막이 난다.
종로학원은 올해 비수도권 의대 26곳 중 17곳(65%)이 지역인재전형에서 6대 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시모집에서는 수험생이 최대 6곳까지 원서를 쓸 수 있어 경쟁률 6대 1을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이런 의대는 지난해에 3곳에 불과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작년처럼 평균 경쟁률 10을 넘기기 위해선 지원자가 8369명에서 1만 6204명으로 늘어야 하지만 이 인원까지 확대될지는 현재로써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선발 인원이 늘어난 만큼 지원자 수가 증가하기 어려운 건 지원 요건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역인재전형은 의대가 있는 권역 내 고교 출신 졸업자만 지원할 수 있어 지원자의 수가 한정돼있다. 또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는 게 까다롭기 때문에 지역 내 모든 학생이 지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임 대표는 “일반고 학생보단 내신은 불리하더라도 수능에 강점을 보이는 지역 내 명문 자사고나 명문 일반고 학생들이 최종 합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립대 총장 “최저 낮추면 의대 가치 하락할 수도”
수능 최저 등급을 일종의 ‘안전장치’로 여기는 대학들도 있다. 지역인재 선발 의무가 있는 26곳의 비수도권 의대는 올해 대입에서도 모집인원의 95%(1471명)에 수능 최저 등급을 요구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수능 최저 기준을 완화한 대학은 동국대(와이즈캠퍼스)가 유일했다. 한 국립대 총장은 “수능 최저 등급까지 낮추면 지역의대의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수능 최저를 완화해서 수시와 지역인재를 많이 뽑는 게 능사가 아니고 입학하는 학생들의 자긍심도 유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설사 수시에서 미달 사태가 나더라도 학생 선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수시모집에서 미충원이 발생할 경우 선발 인원을 정시 전형으로 이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인서울 의대’ 가치 더 높아졌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지역인재 선발 확대로 오히려 ‘인서울 의대’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8곳의 의대는 증원에서 제외된 만큼 입학생 수준과 무관하고 상대적으로 ‘졸업장’의 희소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방의대에 자녀를 보낸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는 “그동안 의대는 학벌보다는 전공과 의사 능력이 중요했는데 이제는 의사 학벌을 많이 볼 것 같아 아이도 반수를 해서 인서울 의대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학부모는 “2000명이 늘어난다면 무조건 인서울 의대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앞으로는 학교 이름에 따라 의사 소득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이가람·이후연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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