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풍선 대책? 우리가 대북전단 안 보내면 된다"

이영광 2024. 6. 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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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왕선택 교수 "북중 긴장고조... 핵무장론은 무지한 주장"

[이영광 기자]

북한 정권이 최근 도발을 재개했다.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던 때인 5월 27일 북한이 정찰 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29일엔 수백 개의 오물 풍선을 보냈고, 다음 날인 30일엔 탄도미사일 10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지금 도발을 재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분석을 듣기 위해 지난 5월 31일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왕선택 교수(자료사진).
ⓒ 이영광
 
- 지난달 27일부터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재개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북한은 한동안 한반도 군사적 긴장 수위를 낮은 수준에서 관리해 왔었죠. 그런데 최근에 다시 긴장의 수위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탄도미사일, 즉 방사포를 발사한 것 외에도 서해에서 GPS 교란, 군사 정찰 위성 발사가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올릴지가 미지수인데 저강도에서 중강도로 올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유가 뭘까요?

"얼마 전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그 회의에 중국 총리가 참석한 상황이 북한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윤석열 정부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서 불편하게 만들 생각이 있다고 봅니다. 그다음에 북한 국내 정치 차원에서 국민 단결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으로 외부 세력에 대한 분노 표출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상시적인 것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첫째 이유, 즉 중국 리창 총리의 한국 방문 부분이 최근 북한에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다시 고조시키는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 그게 왜 계기가 됐을까요?

"하나는 한국을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불만일 거에요. 북한은 올해 초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이고 '동일한 민족국가가 아니'란 입장으로 신냉전 외교를 전개해 왔습니다. 한미일이 한 편이고 북중러가 한 편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 연대를 만들어 새로운 냉전을 주도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은 북중러의 적대 세력인 거죠. 그런데 그런 적대 세력을 방문했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에 대해 반미 국가 연대 참여를 설득했던 북 입장에서는 불만이죠.

두 번째로는 리창 총리가 한국에 와서 또 한중일 3국의 정상회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는데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을 협의했다는 문구가 포함됐어요. 예전에도 사실 한중일 정상회담 하면 그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포함됐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그 부분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오물 풍선, 대북 전단 안 보내는 게 해결 실마리 될 것"

- 북중 관계에 금이 난 건가요?

"북중 관계는 이미 금이 가 있죠. '신냉전 외교'라고 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 2년 전부터 시작한 외교 구상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그 이후에 러시아가 미국과 사실상의 전쟁 상태가 됐습니다. 여기서 북한은 러시아 편을 들었고 중국까지 합류해서 북중러 3국이 미국에 대항하면 과거에 있었던 냉전 구도와 유사하게 신냉전 구도가 되고 그러면 북한은 유리해진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이고 기대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 부분을 동의하지 않고 있어요. 때문에 긴장 상태에 놓인 겁니다.

이번에 권력 서열 2위 리창 총리가 한국에 왔는데, 4월 북중 수교 75주년 행사에는 서열 3위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갔습니다.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중순 베이징과 하얼빈을 방문하고 북한은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시진핑 주석을 불쾌하게 생각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를 협의했다는 문장이 들어간 것도 불만일 겁니다. 사실 2019년보다는 문장이 후퇴했지만, 최근을 비교하면 중국이 오히려 양보한 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과 중국 관계는 상당히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9월에 천안문 망루 외교가 있었고, 그 이후 2015년 12월에 모란봉 악단 베이징 공연 취소 사태가 있어요. 그때랑 유사한 상태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과 그런 정도의 긴장 관계가 있고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 공개 충돌로는 핵실험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 핵실험 가능성은 어느 정도 보세요? 교수님은 줄곧 그 가능성 낮게 보셨잖아요.

"북 핵실험에 대해 저는 2년여 동안 가능성이 낮다고 봤는데, 그 이유가 중국이 반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이 중국 소통이 잘 되면 중국 반대 때문에 핵실험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갈등 관계에 있으면 소용 없습니다. 현 상황을 보면 북한과 중국이 갈등 양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북 핵실험을 막을 장치가 없어지게 됩니다. 물론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수습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수습에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그러면 북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안보 불안이 극도로 악화할 수 있습니다."
 
▲ 인천서 발견된 북한 오물 풍선 2일 오전 인천 중구 전동 인천기상대 앞에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잔해가 흩어져 있다. 2024.6.2
ⓒ 연합뉴스
 
- 북측이 오물 풍선을 남측 전역에 떨어뜨렸죠. 오물 풍선은 처음 아닌가요?

"기사를 보니까 처음은 아니고 2016년에도 오물 풍선을 보낸 적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번엔 굉장히 많다는 게 특징이죠. 그리고 북한이, 남한-북한은 교전하는 두 개의 국가라고 주장한 이후라서 의미가 있고 충격이 상당히 있는 상황이고요. 지금 윤 대통령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얼마나 덜 효과적인지 보여주는 아주 적나라한 사례라고 봐요."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게 선물이라고 하던데.

"조롱하는 거죠. 윤 정부에서도 고위 관계자들이 북한을 경멸하는 말을 많이 하죠. 사실 말싸움은 북한이 실제로 잘합니다. 남과 북의 경제력 격차나 재래식 군사력의 격차는 너무나 크기 때문에 북한이 이길 도리가 없어요. 근데 말싸움은 북한이 질 이유가 없잖아요. 말싸움은 북한이 아주 강력하게 하는 차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북한은 계속 보낸다고 하던데요.(관련기사: 북, 오물풍선 600개 또 살포... 서울·경기서 발견 https://omn.kr/28wcr).

"그럼요. 북한 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부 때는 상호 대화하고 최소한 협력하겠다고 말은 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대북 전단을 보내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윤 정부는 아예 윤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부터 북한을 적대시했잖아요. 북한도 마음 놓고 남쪽을 적대국으로 대하는 거죠.

대북 전단도 지금 남쪽 어느 한 곳에서는 계속 보내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북한에서 그런 게 발견이 되면 당연히 거기에 상응하는 오물 풍선을 보낼 거라고 예상하는 게 맞습니다. 이 대목에서 걱정할 것이 있습니다. 남과 북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잖아요. 그럴 때 북한에서 보내는 풍선에 오물 덩어리가 아니라 생화학 무기가 들어 있다면 어쩔지 걱정이 많이 돼요."

- 그게 문제죠.

"우리가 걱정된다면 정반대로 북한에서도 남측의 풍선(전단) 안 생화학 무기를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남과 북처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나라 사이에서 풍선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심리전 일부로 봐야 맞고, 이런 건 군대가 통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윤 정부에서 대북 전단을 북쪽으로 보내는 것을 (사실상) 허용하죠. 그 부분이 저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물 풍선을 받지 않는 방법은, 대북 전단 풍선을 보내지 않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다면 그건 불법"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 소속 회원들과 주민들이 2월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통일대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높아진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감을 겪고 있다"며 "전쟁을 부르는 접경지역 군사훈련과 대북전단 살포 모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 홍준표 대구 시장은 핵무장론을 다시 들고나왔는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또 무력시위를 하고 긴장이 높아지니까 북한 혐오감이 커지잖아요. 독자적 핵무장 지지 여론도 계속 높아지고 있고요. 그런 상황에서 홍 시장님 같은 경우는 정치인으로서 공감 능력을 과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핵무장 지지론을 들고나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핵무장론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제로예요. 그리고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이런 것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대응이에요.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어제(5월 30일) 이 전술핵 재배치 등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미국 정책에 대해 무지한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거 아닙니까? 100% 동감해요."

- 미 상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한국과 나토식 핵무기 공유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그런 부분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도 당연히 국익에 부합하는 정책이 있어요. 그렇지만 미국도 자유 민주국가인 만큼 어떤 정치인들은 특별한 주목을 받기 위해 돌출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미 이익 고려보다 개인 인기를 얻기 위해서 특출난, 그러나 잘못된 발언을 했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돌출 발언을 하는 분들은 예전에도 있었어요. 그러나 그런 발언들이 미 정책을 구성하지는 않아요. 정치인 발언에 너무나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다만 상원 의원 정도 되면 미국의 외교 전략에 대해서 미국의 이익이 뭔지는 알아야 되는데 나토식 핵 공유라고 하는 것도 역사적인 맥락을 모르고 했다는 점에서 답답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안에서도 나토의 일부 국가는 핵 공유를 하는데 왜 미국은 아시아에서 최고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서는 핵 공유를 하지 않는가 이렇게 질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못된 질문입니다.

나토식 핵 공유에 참여하는 나라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터키 5개국이죠. 이 나라들은 1960년대 후반에 핵무기 개발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1968년 이전에는 핵무기 개발을 제약하는 국제 규범이 없었습니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핵무기 금지 규범을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핵 개발 하던 5개 나라에 대해서는 중단 설득 차원에서 핵 공유 프로그램을 만든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핵 개발이 불법이라 필요가 없었습니다. 북한도 그래서 국제 제재 받는 것인데, 한국도 만약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다면 그건 불법이에요. '나토에는 핵 공유가 있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는 건 NPT(핵확산금지조약) 도입 취지를 모르는 발언일 뿐이에요."

- 북한 도발에 국민의힘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때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무서워한다고 이해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신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북한의 기만술에 넘어간 사례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북 확성기를 작동한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북쪽도 거기에 대해서 대응 확성기를 써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질적인 압박 효과는 없고, 북한이 남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 가상의 거래물로 사용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어요."

- 그러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북 오물 풍선의 경우는 우리가 대북 전단을 보내지 않는 것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있고요. 또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문제는 남북 대화 채널 통해서 비핵화 협상을 다시 가동하는 게 방법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낮은 단계의 다양한 대화를 성사시켜서 높은 단계의 대화로 성사시키는 외교적인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북한에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만들어서 주변국 협박하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비핵화 결단을 내리고 미국-남한-일본과의 협력을 통해서 국가 발전에 매진할 기회를 얻는 게 좋다'란 옵션을 꾸준하게 알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근데 지금 남북한 채널이 다 끊긴 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 회고록에도 나왔죠.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게 2017년 5월이죠. 그때도 남북 간 채널 다 끊어졌었어요. 그런데 2018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죠? 남북 정상회담 했고 북미 정상회담 했어요. 그런 식으로, 지금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도 아예 남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볼 필요는 없어요."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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