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美 기업 손 들어준 중국

최근 중국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 판결이 있었다. 두 송사의 공통점은 당사자가 중국인과 미국기업이었다는 점과 법원이 모두 미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다. 중국인은 이름을 언급해도 우리가 알 길 없는 일반 소비자이며, 상대 기업은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애플과 테슬라다.

첫 번째 판결은 29일 상하이 지식재산권 법원의 1심 선고. 원고는 중국인 소비자 진 모 씨, 피고는 애플이다. 진 씨는 2021년 1월 애플과 애플컴퓨터트레이딩상하이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반독점 상태에서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지불한 비용과 경제적 손실을 배상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 내 모든 앱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 대해 부과하는 15~30%의 수수료, 이른바 '애플세'를 겨눈 것이다.

원고는 자신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구매한 4개의 앱에 대한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 판매 가격 차액인 219위안(약 4만1600원)을 포함해 10만위안을 요구했다. 실제로 '애플세'와 관련해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수료를 지불한다. 앞서 관련 문제를 지적받은 애플이 미국과 한국, 유럽, 일본 등에서 그 요율을 줄줄이 낮췄지만, 중국에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원은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앱스토어 플랫폼의 운영 체제가 거대해, 애플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데 쓰는 구체적인 비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운영비용을 고려했을 때 수수료가 유사 운영업체 대비 훨씬 높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원고 대리인 왕칭페이 변호사는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두 번째 판결은 하루 뒤인 30일 상하이 칭푸구 인민법원에서 나왔다. 원고인 테슬라는 한 때 테슬라 차주였던 장 모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장 씨는 2021년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테슬라 쇼룸에 전시돼있던 테슬라 차량에 올라가 '브레이크 고장'이라고 외쳤다. 당시 '브레이크'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것으로 보아 미리 준비된 해프닝이었다. 장 씨는 즉시 경비원들에 의해 연행된 데 이어 공공질서를 어지럽혔다는 혐의로 5일 동안 구금되기도 했다.

'상하이 모터쇼 사건'으로 불리는 장 씨의 돌발 행동에 법원은 테슬라에 17만2275위안을 배상하고, 공개적으로 사과 성명을 발표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배후 주동자로 지목된 한 자동차 관련 언론인 펑 모 씨에게도 역시나 공개 사과문 제출과 함께 25만위안 배상을 명령했다. 당초 테슬라 측이 요구했던 배상금(500만위안)보다는 수위가 꽤 낮아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중국 언론들이 꽤 적극적으로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기업이 개입된 송사라 할지라도 중국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을 피력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과도한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로 기업을 비판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바이트댄스의 틱톡이나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거센 압박 끝에 퇴출당하거나 강제 매각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중국이 대응 카드를 쌓아두고 있다는 느낌은 과한 해석일까.

베이징=김현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