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새 휴전안 이·팔 압박에도 美 언론 "장기전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측이 내놓은 새로운 휴전안을 공개하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압박하고 나섰다. 하마스는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목표하는 바가 달라 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지금은 전쟁을 끝낼 때"라며 이스라엘 측이 제시한 새 3단계 휴전안 수용을 하마스에 촉구했다.

새로운 휴전안은 모두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에는 6주 동안 완전히 전쟁을 멈추고, 이스라엘군이 모든 인구 밀집 지역에서 철수하는 안을 담았다. 일부 이스라엘 인질 석방도 포함된다. 이 6주 동안 양측은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종료하는 2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협상'을 하게 된다. 이와 관련 바이든은 "협상이 6주가 넘어간다 해도 대화가 계속되는 한 정전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2단계에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모든 생존 인질을 교환하게 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가자 재건 계획이 시작되고 사망한 인질의 시신이 유가족에게 인도된다.

이에 대해 하마스 측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마스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환영한다"며 "하마스는 영구적 휴전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재건에 기반한 제안에 이스라엘이 합의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명확히 밝힌다면 건설적 태도로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그간 '영구적 휴전'을 협상 착수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했던 하마스가 이같은 반응을 보인 데 대해 "현재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측 협상단에 휴전안 제시를 승인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휴전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중재국 카타르·이집트가 미국과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원칙을 구현하는 합의를 마무리하라"고 촉구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달라서다. 당장 극우 연정의 압박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는 휴전안 제시 승인을 알리면서도, "모든 인질의 귀환,하마스의 군사·통치 역량 제거를 포함한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모순적인 입장을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은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장애물이 엄청나다"며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지도자는 '시간이 자신의 편이며, 가자지구의 참상으로 이스라엘이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고 보기에 이 휴전안을 선택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양측 모두 새 협상안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이 협상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WSJ은 2일 이스라엘이 라파에 이스라엘군 2개 사단 병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국경을 봉쇄하는 제한적 침투작전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민간인 보호 대책이 없는 대규모 지상전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려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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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 네타냐후 초청

한편 미국 의회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 연설 초청 서한을 발송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의회는 서한에서 "역내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테러와 싸우고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추구하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비전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 의회에서 3차례 연설했으며 2015년 마지막 연설을 했다. 정확한 연설일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약 8주 뒤 혹은 8월 의회 휴회 직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