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원하면 국회의장 달라는 국힘...민주당, '법대로' 강조
[이주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 남소연 |
[기사 대체 : 2일 오후 4시 25분]
22대 국회 원 구성 법정시한(6월 7일)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일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면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직을 맡는 것이 합당하다"고, 더불어민주당은 "표결로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올 수 있다"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안조차 내놓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라며 "관례를 존중하지만 관례보다 법이 우선"이라고 못박았다. 법정 시한 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법에 따라 표결로 원 구성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소수의 몽니에 다수의 의사가 왜곡되는 건 민주주의 원리에도 왜곡되고 반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이 의도적 지연 작전을 쓰고 있다고 보는 민주당은 이같은 전략이 지속될 경우 '의석 수 비율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이라는 관례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관례대로) 11대 7로 상임위원장이 배분되겠지만, 국민의힘이 7개 (위원장) 안을 가져오지 않고 있다"라며 "국민의힘이 조율 과정 없이 시간만 낭비한다면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올 수 있는 부분(여지)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오는 걸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지체없이 원 구성을 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 "법사위-운영위-과방위 협상 여지 없다"
국회법상, 개원 직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이후 3일 안에 상임위장 선출을 완료해야 한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오는 5일 열리기 때문에 7일에는 원 구성이 마무리돼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와 운영위는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여기에 더해 "과방위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이 확보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라며 "법사·운영·과방위 외에 나머지 상임위에 대해서는 협상 과정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설명했다.
'7일까지 원 구성이 완료되지 않으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원내대표는 "완료되지 않는다는 상황은 가정하지 않겠다"라며 "'7일 완료'를 이뤄내는 데에 올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남소연 |
국민의힘은 "'법대로 원 구성'이 아니라 '합의대로 원 구성'이 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장뿐 아니라 법사, 운영위원장까지 차지하겠다고 선언하며 총선 민의에 따라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라며 "그것은 총선 민의가 아니라 승자독식에 불과하다"라고 반발했다.
추 원내대표는 "171석 민주당이 300석 국회를 제멋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은 총선 민의를 왜곡하는 것이고 헌법 정신, 국회법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이재명 대표는 원구성 협상을 법대로 하겠다고 했는데, 그 속내는 '힘대로'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이럴 거면 여야 간 협상은 왜 하냐"라며 "최소한의 구색은 맞추고 싶어서 우리에게 민주당의 들러리가 되어 달라고 하는 거냐"라고 쏘아붙였다.
추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 쟁점 상임위인 법사위원장직에 대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의 소속 정당을 달리하는 것은 특정 정당의 일방적 입법 독주 견제를 위해 확립된 관례"라며 "17대 국회 이후 민주당이 전 상임위를 독식하며 폭주한 21대 전반기를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관례가) 준수돼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민주당은 이미 단독 171석에 야권 전체 190석 내외의 의석을 움직일 수 있어 안건조정위와 본회의 직회부를 통해 법사위를 무력화시킬 수단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라며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는 마음대로 패싱할 수 있는 데도 굳이 법사위원장직을 고사하는 것은 법사위를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은 제1당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나누어 맡는 것이 순리', 지금 22대 국회 최고참이신 박지원 의원님께서 2016년에 하신 말씀"이라며 "그래서 그 당시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직을 양보하고 대신 법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민주당에서 반드시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면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직을 맡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24년 총선결과와 2016년 총선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16년 때는 더불어민주당 123, 새누리당 122,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11이고, 2024년은 더불어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90석, 국민의미래 18, 더불어민주연합 14, 조국혁신당 12, 개혁신당 3, 새로운미래1, 진보당1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수 권력을 앞세워 의회 민주주의 기본을 파괴하고 있다"라며 "야당 대표가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는 다수 횡포를 지휘하고 명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달 31일 "법대로 7일까지 반드시 상임위 구성을 마치고 즉각적으로 상임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개혁 입법까지 신속 처리하도록 부탁드린다"라며 "대통령께서도 여당도 '법대로' 좋아하지 않느냐, 민주주의 제도는 다수결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여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존중해 국회의장직을 양보했으면, 법사위와 운영위 등 중요 상임위원장은 여당에 맡기는 것이 상식이고 도의"라며 "이재명 대표는 그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고 좁은 정치"라고 꼬집었다.
나 의원은 "1994년 관련 규정이 도입된 이래, 국회 원 구성 법정 시한을 지킨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당으로 압승했던 18대 국회에서도 원 구성에 88일이 걸렸다, 그만큼 합의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는 승패를 가르는 경기장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공론장"이라며 "이 대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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