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방 "대만과 중국 가르려는 자, 뼛가루될 것”…미국 맹비난
중국 국방장관이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회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둥쥔(董軍) 중국 국방부장은 이날 행사 기조연설에서 “누구라도 감히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려 한다면 반드시 뼛가루가 되고 멸망을 자초할 것”이라며 말했다. 중국 군방 수장의 이같은 발언은 2022년 이후 2년 만에 성사된 미·중 국방장관 회담 이틀 만에 나온 것으로, 역대 중국 국방부장의 샹그릴라 발언 중 가장 수위가 높다는 평이다.
둥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라며 “외부 간섭 세력이 현재 ‘살라미 자르기 방식’으로 끝없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고 대만 관련 법안을 만들고 대만에 무기를 팔며, 불법적인 관방 왕래를 진행하고 있어 이런 음험한 속셈이 대만을 위험한 곤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시종 평화통일에 힘써왔지만 이러한 전망을 현재 대만 독립 분자와 외부 세력이 파괴하고 있다”며 “중국인민해방군은 언제나 조국 통일을 수호하는 강대한 역량으로 향후 적절한 때에 굳건하고 힘찬 행동으로 대만 독립을 막고 그러한 계략이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날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과 합동 훈련을 하고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 데 대해 둥 부장은 “개별 국가가 외세의 선동 아래 쌍방의 약속을 깨뜨리고 자신의 약속을 어기고 의도적으로 말썽을 일으켜 허상을 만들어 오도하며 심지어 지역 국가의 총체적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세안 헌장의 정신을 위반해 외세에 동조했다”고 양국을 싸잡아 비판했다.
필리핀 선박에 대한 중국 해경의 물대포 공격 관련 질문에 둥 부장은 “인위적으로 차를 들이받고 쓰러져 자신이 다치고 상처를 입었고 약자임을 보였지만, 이는 위법이자 약속 위반이며 계획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문제를 일으키며 정의를 위협하고 법을 납치하는 행위”라면서 “만일 흑백을 뒤바꾸는 행위가 실현될 수 있다면 지금 여기서 말하는 법치·규칙을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둥 부장은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중국은 충돌 중인 어느 쪽에도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고 군민 양용 물자의 수출을 엄격하게 관리 통제했다”며 “우리(중국)는 절대 칼을 내밀어 불을 키우는 일을 하지 않았고 평화와 대화의 편에 굳게 서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도와 이달 중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다른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어 “중국 같은 독립적인 강대국이 푸틴의 도구라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존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1일 행사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비평가와 선전선동가들이 법치를 거부하고 강압과 침략으로 그들의 의지를 강요할 것”이라면서 중국을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융합(new convergence)’이라는 인도·태평양 안보 개념을 제시하면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비슷한 가치와 공통의 비전의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들이 그 비전의 달성을 해 협력하고 있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그러한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융합'을 기존의 ‘핵심축과 바퀴살(hub-and-spokes)’ 동맹체계에서 진화한 개념이라고 설명한 오스틴 장관은 한·미·일 군사협력,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대화),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동맹), 올해 12개 국가가 참여한 필리핀 바리키탄과 인도네시아의 슈퍼 가루다 쉴드, 태국의 코브라 쉴드 등 다국적 훈련을 ‘새로운 융합’의 실제 사례로 언급했다.
이를 두고 중국은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를 만들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징젠펑(景建峰)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부부장은 1일 기자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은 전쟁과 같다”며 “(미국의) 진정한 목적은 소집단을 융합해 아시아·태평양판 나토라는 대집단을 만들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열린 미·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오스틴 장관은 중국에 “러시아가 자행 중인 우크라이나 공격에 북한의 직접적인 기여를 포함해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발표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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