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北 오물풍선 불쾌∙불안…정부 못 막나, 대책 세워달라"

박진호, 왕준열 2024. 6. 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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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운정동에서 발견된 대남 '오물 풍선' 내용물. 뉴스1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몰라 불안"


2일 8시 51분 경북 안동시 예안면 한 밭에 북한에서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보였다. 이를 본 50대 여성은 112에 “밭에 풍선이 떨어져 있는데, 북한에서 날린 오물 풍선인 것 같다. 빨리 확인해 달라”고 신고했다. 경찰은 “풍선에 접근하지 말고 대피하시라”라고 안내했다. 경찰은 군 당국과 소방당국에 공조 요청을 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인근 부대 소속 화생방신속대응팀과 폭발물 처리반은 오물 풍선과 비닐봉지를 수거했다. 안동경찰서 관계자는 “지금 안동 뿐아니라 경북 영양과 예천에서도 잇따라 오물 풍선이 발견되고 있어 군 당국과 차례로 수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과 29일에 이어 4일만인 지난 1일부터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됐다. 서울·경기에 이어 2일에는 예천 등 경북에서도 오물 풍선이 목격됐다. 이에 주민들은 "오물 풍선이 하루가 멀다하고 날라오니 불안하다"라며 "정부가 빨리 대책을 세워달라"고 했다.

이날 오전 8시 40분 경북 영양군 입암면 양항리 마을회관 인근에서도 오물 풍선 잔해가 발견됐다. 주민 A씨는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 몰라서 바로 신고했다. 북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을 보니 무섭다”고 말했다.

2일 오전 강원 홍천군 영귀미면 후동리의 한 주택 뒤에서 북한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베이지색의 풍선이 발견됐다. [사진 강원도 소방본부]


"불쾌하면서도 불안한 마음 든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8시 35분 예천군 보문면 한 골프장에서도 오물 풍선으로 보이는 물체 1개가 목격됐다. 이처럼 접경지에서 직선거리로 230㎞ 이상 떨어진 경북지역에서 또다시 풍선이 발견되자 주민들은 크게 걱정했다.

안동에 사는 백진흠(55)씨는 “요 며칠 새 오물 풍선이 날라온다는 기사를 보긴 했는데 안동까지 날라올 줄은 몰랐다”며 “오물이 들어있다고 하니 불쾌하면서도 혹시 다른 물질이 들어있을까봐 불안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접경지역과 인접한 강원도 시ㆍ군에서도 오물 풍선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날 오전 7시 44분원주시 소초면 흥양리 전원주택 단지 도로에 오물 풍선과 비닐봉지가 떨어져 있었다. 도로를 지나던 마을 주민은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어 “풍선과 비닐봉지가 도로에 있으니 수거해달라”고 신고했다.

이어 오전 9시8분 홍천군 영귀미면 후동리에서는 “집 뒤편에 터진 오물 풍선과 쓰레기가 떨어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확인 결과 쓰레기는 대부분 폐지와 천 조각이었다.

지난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길가에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흩어져 있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인력 낭비 막을 방법 없나"


오물 풍선이 워낙 많이 발견되다 보니 이를 수거하는 데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있다. 오물 풍선 관련 신고가 112에 접수되면 경찰은 소방당국과 군 당국에 공조를 요청한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을 통제하고, 군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뢰 탐지기로 오물 풍선과 함께 떨어진 쓰레기를 확인한다.

홍천에 사는 김모(43)씨는 “오물 풍선 하나 치우겠다고 경찰관과 소방대원, 군인까지 너무 많은 인력이 출동하고 있다”며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을 방법은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는 북한 오물 풍선 관련 신고가 잇따르자 이날 오전 7시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부양하고 있다. 주민들께서는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시고, 발견 시 접촉하지 말고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 바란다’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경북도도 이날 오전 10시쯤 “북 대남 오물 풍선이 관내서 발견됐다. 오물 풍선 발견 시 접촉하지 마시고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 바란다”는 문자를 보냈다.

강원도 관계자는 “낙하한 풍선에 의한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도내에선 대남 오물 풍선 20여개가 식별됐다”고 설명했다.

홍천ㆍ안동=박진호ㆍ백경서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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