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AI 혁명 이미 흐름 잃어… 혁신 속도 느리고 비용 과도”
“AI(인공지능)의 혁신 속도는 느려지고, 유용성은 제한적이며, AI를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여전히 과도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수익 모두에서 상당한 실망감을 줄 수 있다”면서 “AI 혁명은 이미 흐름을 잃고 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WSJ은 먼저 AI의 개선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제미니 같은 대형 언어 모델(LLM)은 그동안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학습시킴으로써 기능 개선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대다수 텍스트를 학습했으며 추가로 학습할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엔지니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AI가 생성한 데이터인 ‘합성 데이터’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이러한 접근 방식은 더 나은 자율주행 기술을 만드는 데 적용됐으나 효과가 거의 없었다.
인지과학자이자 AI스타트업 창업자인 게리 마커스는 “챗GPT와 같은 AI는 초기에 빠르게 개선됐지만 지난 14개월 반 동안 우리가 본 것은 점진적인 증가에 불과하다”면서 “AI 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안정기에 도달했거나 최소한 개선 속도가 느려졌다”고 진단했다. 다양한 AI 모델의 성능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AI의 개선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AI 투자의 수익성도 불확실하다. AI 스타트업 스카이플로의 최고경영자이자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세일즈포스 부사장이었던 안슈 샤르마는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AI 스타트업의 미래는 어둡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과 같은 대기업들은 AI 투자를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충분히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을 지출해야 한다.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받은 AI 스타트업들조차 그런 경쟁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미 일부 AI 스타트업은 혼란에 빠졌다. 인기 이미지 생성 AI 툴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만든 스태빌리티 AI의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 돌연 자리를 떠났다. 많은 다른 AI 스타트업들, 심지어 자금이 풍부한 스타트업들도 매각을 위해 협의 중이다.
AI 기술의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 근거로는 실리콘벨리 벤처케피털 회사인 세콰이어가 지난 2013년 발표한 보고서가 흔히 언급된다. 이 보고서는 AI업계가 AI를 훈련시키기 위해 엔비디아의 칩을 사는 데 500억 달러를 썼지만 수익은 3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계산했다.
AI 훈련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운영 비용이다. AI 운영 비용은 숫자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추정치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AI 운영 비용이 훈련 비용을 훨씬 초과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AI는 무엇인가를 물을 때마다 새롭게 생각해야 하고, 답을 생성할 때 사용하는 자원은 기존의 검색에 비해 훨씬 크다. 분석가들은 AI 답변을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광고 등 회사 마진을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사용도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드인이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 4명 중 3명은 현재 직장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 램프의 또 다른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약 3분의 1이 적어도 하나의 AI 도구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1년 전에 비해 21% 증가한 것이다. 오픈AI의 연간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소 20억 달러에 이르며 2025년까지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용 속도와 매출은 여전히 AI 기업들에게 필요한 수치와는 거리가 멀다.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경영학 교수인 피터 카펠리는 이에 대해 “AI가 지금까지 홍보해 온 것처럼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AI 시스템은 일부 사람들이 작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대체할 수는 없다. 이는 기업이 급여를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AI 기술을 자율주행 트럭이 실현되는 속도가 느린 것과 비교했다.
WSJ은 “AI가 장기적으로 모든 종류의 일자리와 산업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AI에 대한 현재의 엄청난 투자 수준은 AI가 훨씬 더 발전하고 빠르게 채택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드러나는 증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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