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호랑이 박제, 불곰 안락사…'충격' 서울동물원 진짜 고민은

이수기 2024. 6.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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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vs “죽어서라도 쉬게 해줘야 한다.”

서울대공원이 지난 4월 폐사한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의 박제화(化)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2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태백이는 지난 2018년 5월 2일 백두, 한라, 금강과 함께 4남매로 태어났다. 국내에서 태어난 데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1급)인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상이 감지된 건 지난 2월. 태백이는 이때부터 변 상태가 좋지 않아 진료를 받아왔다. 검사 결과 담도계와 간 기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이후 먹이 섭취량이 급격히 적어지고 활동량도 줄어들면서 결국 눈을 감았다.

지난 4월 19일 폐사한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 [중앙포토]


문제는 태백이 사후에 불거졌다. 서울대공원은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태백이를 박제하기로 고심 끝에 최근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태백이를 죽어서라도 쉬게 해줘야 하며”며 박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AI)이나 3D 영상 등으로도 충분히 박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울대공원 측은 “박제는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대체할 수 없고, 멸종해 가는 시베리아 호랑이 유전정보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박제의 표피와 털 등에는 3D 영상 등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유전정보가 담겨있다.


여전히 근심 깊은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동물원 유인원관의 모습. 사진 서울대공원
‘박제 결정’은 내렸지만, 서울대공원의 고민은 여전히 깊다.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정작 동물원이 정상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한 예로 서울대공원은 최근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해 보행기능을 잃다시피한 불곰의 안락사 결정을 내렸다. 해외에서였다면 이미 수년 전 안락사 결정이 내려질 만한 상태였다고 한다. 또 뇌전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동물에 대해서도 방어적인 수준의 치료 외에는 필요한 조처를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와 동물원 직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서울대공원 측은 “돌보던 동물이 죽으면 슬픔과 충격이 가장 큰 건 사육사를 비롯한 동물원 직원들인데, 그 일로 다시 공격까지 받고 있어야 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독일 '크누트'도 비슷한 딜레마 겪어


크누트의 일상을 소재로 한 다큐멘타리 영화 '크누트와 친구들'의 포스터.
해외 동물원들도 비슷한 딜레마에 놓이곤 한다.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북극곰인 크누트(Knutㆍ2006년~2011년)가 대표적이다. 2006년 태어난 크누트는 미숙아로 태어난 탓에 어미에게 버려져 사육사들의 손에 길러졌다. 2007년쯤부터는 유명세를 타면서 외신에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크누트는 4살이 되던 2011년 갑작스러운 뇌염으로 인해 폐사했다. 이후 크누트의 사체는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졌고, 교육과 전시를 위해 박제 표본 제작이 결정됐다. 당시에도 수많은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때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측은 “많은 사람에게 크누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결정”이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박제가 된 크누트는 현재도 ‘기후 변화의 위기’를 상징하는 존재로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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