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컴백해도 끄떡 없게…한·미·일, 협력 사무국 제도화한다
한·미·일이 협력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사무국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상설 조직이 갖춰진다면 국가 간 관계의 부침이나 각국의 국내정치적 상황 등 다양한 변수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교류와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岡野 正敬)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과 지난달 31일 3국 외교차관협의를 열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지역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안보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회의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캠벨 부장관은 “우리는 (협력의)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사무국과 같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정상 간 회담의 연례 개최, 외교·국방·상무-산업부 장관 및 국가안보 보좌관 간 협의 연례 개최 등 정상급 이하 각급에서의 협의를 정례화한 데 따른 후속조치 격으로 보인다. 다양한 협의체가 정례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각 부처를 넘어 실무를 총괄해 뒷받침하는 3국 간 상설 조직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캠벨 부장관은 사무국의 구체적인 지위나 형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서울에 있는 한·중·일 간 3국협력사무국(TCS)과 비슷한 기구를 염두에 둔 구상으로 보인다. TCS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정례화한 지 3년 만인 2011년 만들어졌다. 3국 고위급 인사들이 돌아가며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맡고 있다.
상설조직을 만들 경우 가장 큰 장점은 대내외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협력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궈낸 한·미·일 협력과 관련한 합의들을 뒤집으려 해도 인력과 예산이 배치된 사무국이 존재한다면 이런 시도에도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다. 과거처럼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해 3국 협력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에도 역시 사무국이 최소한의 협력을 보장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의는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3국이 협력 강화에 합의한 직후 열려 더 눈길을 끌었다. 중국이 산업망과 공급망 등 분야에서 한·일을 견인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가운데 한·일은 여전히 한·미·일 협력이 중심축이라는 점을 미 측에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오해는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홍균 차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 결과에 대해 소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캠벨 부장관은 “우리는 한·중·일의 새로운 외교 관계를 환영한다”며 “3국이 대응해야 할 공동의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고 본다. 한국과 일본의 성실하고 깊이 있는 사후 설명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동맹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미 측 역시 한·중·일 간 협력 강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실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결과는 한·일·중 정상회의의 결과물과는 층위 자체가 달랐다.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는 빠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했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강력히 규탄”했다.
외교부는 김 차관이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있으나, 우리는 한·미·일 정상이 지지한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 비전 실현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는데, 역시 한·중 간에 이견이 부각됐던 부분이다.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리창 총리는 한반도 통일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이번 협의에서는 한·미·일 차관 간 돈독한 ‘케미’도 돋보였다. 협의 장소 자체가 워싱턴 근교에 있는 캠벨 부장관의 개인 농장이었고, 협의 시간만 해도 약 5시간 30분에 이르렀다. 3국 차관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등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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