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업 제출 앞두고 두드린 감독실…힘겨웠던 NC의 8연패 탈출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전형도 수석코치는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감독실 문을 급히 두드렸다. 이미 정해진 이날 선발 라인업의 수정을 강인권 감독에게 건의하기 위해서였다.
고민을 안긴 선수는 외야수 박건우였다. 전날 박건우는 경기 도중 오른쪽 엄지발톱이 빠져 수비는 물론 공격마저 소화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병원을 다녀온 뒤 그라운드 훈련을 하면서 지명타자로는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해 코칭스태프에게 출전 의사를 알렸다. 전 수석코치는 “박건우의 몸 상태가 나아져 타격이 가능하다. 박건우를 넣는 쪽으로 라인업을 바꿀 수 있다”고 강 감독에게 보고했다.
강 감독과 전 수석코치는 다시 머리를 맞댔다. 선발 타선에서 제외됐던 박건우를 지명타자로 넣으려면, 원래 지명타자로 나가려던 박민우의 포지션 조정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2루수 박민우는 최근 어깨 통증으로 수비에선 빠진 날이 많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지명타자 출전이 예정됐다. 그런데 박건우가 방망이를 잡으면서 코칭스태프는 고민을 거듭했다. 감독과 수석코치 사이 10분여의 대화가 끝난 뒤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3번 지명타자 박건우와 1번 2루수 박민우. 결과적으로 이 라인업 수정은 8연패 사슬을 끊는 승리의 묘수가 됐다.
NC는 이날 롯데를 4-2로 물리치고 8연패 터널에서 탈출했다. 잔인했던 5월을 잊고 6월의 첫 번째 날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경기는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NC는 2회말 맷 데이비슨의 우월 솔로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선발투수 다니엘 카스타노가 5회 2사 2, 3루에서 고승민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아 분위기를 내줬다. 지난 8연패 기간 단 한 번도 5회까지 리드를 잡지 못했던 NC로선 다시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7회까지 발이 묶인 NC는 8회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권희동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대주자 최정원이 상대 투수 전미르의 1루 견제 악송구를 틈타 2루까지 향했다. 이어 이날 선발 출전이 불투명했던 박건우가 우익수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려 2-2 동점을 만들었다. 공세는 계속됐다. 대주자 한석현이 데이비슨의 우익수 플라이로 3루까지 갔고, 손아섭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3-2 리드를 되찾았다. 9회에는 2사 만루에서 한석현이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 쐐기점을 얻었다.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박건우는 힘겨웠던 8연패의 시간을 먼저 되뇌었다. 발톱이 아파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상황에서도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참이자 중심타자로서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께선 당연히 내 발톱 상태를 걱정하셨다. 그러나 이럴 때 출전을 미루면 피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8회 동점 적시타를 터뜨린 박건우는 2루에서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이유를 묻자 “2009년 데뷔한 뒤로 8연패는 처음인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 한 경기만 져도 분위기가 처지는데 8경기를 내리 지니까 버스에서 다들 한마디도 못하더라. 적시타를 치고서는 ‘오늘은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환하게 웃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NC는 최근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휘집을 데려오면서 202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와 3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한편으로는 연패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강인권 감독의 의중이 담긴 트레이드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건우는 “야구를 잘하는 (김)휘집이가 오면서 아무래도 긴장감이 생겼다. 나 역시도 다른 외야수 후배들이 잘하면 긴장이 된다. 프로에는 자기 자리라는 것이 없지 않나. 이번 트레이드가 그런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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