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600억 몰렸다…‘CXL’에 꽂혀 대기업 박차고 창업 ‘이 남자’[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6. 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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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책임 / 2013년 SSIC (삼성 전략혁신센터) 매니저 / 2017년 SK텔레콤 SDS 랩 팀장 / 2019년 SK 하이닉스 차세대 아키텍처 개발 팀장 / 2022년 SK 하이닉스 SSD 개발 임원(부사장) / 2022년 메티스엑스 대표(현) (메티스엑스 제공)
600억원.

창업 3년차 스타트업이 최근 유치한 금액이다. 창업 1년차 때 이미 85억원의 투자를 받았기에 누적 투자금은 685억원에 달한다. 거액 투자에 동참한 금융회사 면면도 화려하다.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토니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등이 1차, SV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등이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다.

어떤 스타트업이기에 단숨에 거액이 몰렸을까.

화제의 기업은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전문기업 메티스엑스다.

잠깐용어 CXL :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ompute Express Link)’의 약자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프로그램에서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의미. 예를 들어 데이터 처리나 분석을 위해 기존에 1만대 정도의 서버를 사용했다고 하면 이 기술을 통해 1000대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창업자는 김진영 대표. 반도체 분야에서 이례적인 컴퓨터공학부(서울대) 출신이다. 삼성전자, SK텔레콤, SK하이닉스에서 주요 부서에서 일하다 CXL이란 생소한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보고 창업했다.

참고로 사명 ‘메티스엑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이름인 메티스와 ‘Accelerate(가속, 육성)’의 의미를 담은 ‘X’를 붙였다. ‘메모리에 지혜를 주겠다’‘데이터 처리를 가속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 대표는 “지능형 메모리 기술을 통해 우리나라가 가장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너지를 내고 메모리의 수동적인 한계를 벗어나서 메모리가 AI 시장의 중심이 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비전인데 이런 의지를 사명에 담았다”라고 소개했다. 보다 자세한 얘기는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메티스엑스가 개발중인 CXL 솔루션이 담긴 차세대 칩(회사 제공)
Q. 대기업 출신이라고 모두 창업하는 건 아니다. 창업 계기는.

소프트웨어 전공자로는 독특하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 입사했던 것이 운명을 갈랐다. 시작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위한 솔루션 연구 개발 업무를 시작했다. 이때가 메모리 솔루션이 이제 막 시작하는 시점이어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후 SK텔레콤 R&D센터에서 서비스에서 메모리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이해하고, 마지막으로 SK하이닉스에서 차세대 아키텍처 개발을 이끌다 임원 승진 직후에 메티스엑스를 창업하게 됐다.

Q. 창업 전후 업계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즉 불편함이나 문제점은 무엇이라 봤나.

우리나라가 가장 잘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 시스템에서 CPU(컴퓨터의 모든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와 함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컴퓨터 시스템 안에서 메모리의 역할을 살펴보면 CPU나 GPU(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부품으로 주로 3D그래픽 처리에 사용)가 시키는 대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수동적인 일만 처리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 사이 AI, 동영상 수요가 폭발하면서 데이터는 폭증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데이터들은 모두 메모리에 저장되고 있어서,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직접 처리할 수 있다면 컴퓨터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따.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을 결심하게 된 이유다.

Q. CXL 관련 기술은 전세계 대기업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신생 스타트업이 이런 곳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나.

메티스엑스는 미래 AI 데이터센터를 혁신할 수 있는 지능형 메모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를 기존의 CPU, GPU가 처리하던 방식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만들어 데이터센터의 투자, 운영 비용, 전력, 냉각, 면적 등 다양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 한다. 이미 국내 특허 10건(미국 특허 동시 출원 중), 추가로 12건은 출원 대기 중인 상황이다. 창업 3년차 치고 기술력에서 꽤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자부한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 대신 협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티스엑스의 목표 고객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다. 그들에게 메티스엑스 솔루션을 공급해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 첫번째 목표다. 이를 위해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와도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협업, 즉 공생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외 다른 팹리스(반도체 제품 생산은 하지 않고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 업체와 협업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으며, 메티스엑스의 가속 솔루션과 벡터 데이터 베이스와 같은 SW(소프트웨어) 기술을 융합해서 AI 서비스 시장에서 고객의 데이터 처리의 고충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 제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영 대표는 “주요 목표고객은 글로벌 빅테크이고 협력사는 주요 팹리스 회사, 메모리반도체 회사”라고 “대기업과는 경쟁보다 공생을 추구한다”고 밝혔다.(메티스엑스 제공)
Q. 창업한 후 위기는 없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당연히 여러 위기가 있었다. 특히 투자유치가 관건이었다. 다행히 2022년 초 창업했는데 그해 말에 초기 투자 목표금액을 모두 채울 수 있었다. 그때는 국내외 할 것 없이 고금리로 접어드는 시점이라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로 불릴 때다. 투자사들이 그럼에도 불구, 독보적인 기술력과 전문 인력을 믿어줬다.

Q. 창업 후 성과나 의미있는 성장 사례를 소개해달라.

팹리스 업체의 특성 상 개발 기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인 제품을 출시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창업 2년여만에 국내 대형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시리즈 A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CXL 지능형 메모리 솔루션 칩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자랑할 만하다. 내년 초에는 세계 최초의 CXL 3.0 지능형 메모리 솔루션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해 말에는 대한변리사회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벤처스타트업 특허 우수상을 수상했고 올해도 작년 수준의 특허를 준비해서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예정이다. 더불어 초기 스타트업 임에도 불구하고 메티스엑스의 비전과 기술을 믿고 글로벌 대기업·국내외 유수의 대학 출신들이 합류했다는 점도 강점이다. 현재 50여명 수준까지 이르렀다. 올해 내 약 70여명 수준까지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해외 인력도 적극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Q. 업계를 잘 아는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600억원 투자유치로 시스템 구축하는데 태부족일 거란 시각도 있다.

맞다. 실제 삼성 4nm 공정와 같은 최선단 공정을 활용하고 있어서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단 최근 투자유치 금액은 CXL 지능형 메모리 칩 개발, 글로벌 고객에 샘플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소요 금액과 별개로 해외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VC 추가 투자 등은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시리즈 B라운드 투자유치는 2년 후 정도로 계획 중이다.

2027년 양산 예정인 메티스엑스 보드(회사 제공)
Q. 상장 추진 계획도 있나? 상장 후 매출이 거의 없었던 ‘파두 사태’ 이후 증시에서 반도체 스타트업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인데.

기술 특례 상장, 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본격적인 매출 발생 시점에 맞춰서 상장을 준비할 예정이다. 대략적으로 2027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후 자본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결국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더 매력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엔비디아(NVIDIA)도 30년 전에는 갓 시작된 스타트업이지 않았나. 이제는 전 세계 증시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다양한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무어의 법칙이 끝나가면서 컴퓨터 기술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속도로 발전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혀 있기 때문이다. 메티스엑스는 데이터 자체가 이런 혁신의 근간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기술을 선보임으로써 차별화된 방향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Q. 경쟁자가 없는지, 삼성의 마하 1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마하1의 대표적인 경쟁자는 엔비디아(NVIDIA) GPU로 볼 수 있다. 마하1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는 다양한 NPU(Neural Processing Unit, 인공지능(AI) 연산을 최적화한 프로세서)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AI 추론에 집중하고 있다. 메티스엑스는 이와 달리 AI 추론이나 학습을 위해서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잘 처리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칩을 개발하고 있다. 마하1과 경쟁이라기 보다는 상호보완적인 솔루션으로 봐도 무방하다. GPU, NPU가 AI 처리 연산을 담당한다면, 메티스엑스는 데이터를 잘 처리하는 연산에 집중한다.

Q. 앞으로의 포부는.

엔비디아가 AI 시장에서 CPU로부터 지휘권을 빼앗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메모리가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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