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가 곧 사무실…대중교통 장거리 출퇴근하는 국회의원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임기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출퇴근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가운데 영호남지역 보다 서울과 거리가 가까운 충청권 의원들은 고속버스나 KTX를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출퇴근하고 있다. 이들은 대중교통 편을 이용하면서 민원을 해결하는 등 의정활동을 한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오전 5시50분 충남 공주시 시외버스터미널 입구. 양복 차림의 한 남성이 길게 줄을 택시 사이를 오가면서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건넸다. 남성은 이날부터 고속버스를 타고 공주와 서울 간 출퇴근을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8년 만에 다시 고속버스 출퇴근을 시작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박수현 의원은 집이 공주에 있다. 공주와 서울까지는 고속버스로 1시간30분. 서울 서초구 터미널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국회가 있는 여의도까지 도착하는 데는 30분이 더 걸린다. 매일 왕복으로 4시간을 출퇴근 시간에 써야 한다.
19대 국회 때 버스 217회·열차 495회 탑승
박 의원은 제19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30일부터 회기가 끝난 2016년 5월 29일까지 4년간 공주와 서울을 고속버스로 출퇴근했다. 새벽 6시 첫차인 고속버스를 타더라도 국회 도착 시작을 맞추지 못하면 오송역으로 가서 KTX를 탔다.
그는 19대 국회 임기 동안 고속버스 217회, 열차 495회, 택시 494회 탑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박 의원은 4년간 고속버스를 타고 오가며 접수한 200여 개 민원 중 해결한 81개를 모아 『고속버스 의원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박수현 의원은 “당시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까지 했는데 택시 기사님이 소액 후원으로 한도를 채워준 기억이 난다”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의정활동을 하라는 당부로 알고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고속버스 오가며 접수한 민원 모아 책도 발간
그는 고속버스를 ‘제3의 사무실’이라고 표현했다. 국회 의원회관이 제1사무실, 지역사무소가 제2사무실, 고속버스가 제3사무실이라는 뜻이다. 수도권 의원과 달리 시간이 지역에 머물 시간이 부족한 농어촌 선거구 국회의원은 출퇴근 시간을 쪼개 더 많은 민원인과 소통해야 한다. 박 의원은 “22대 국회에서도 고속버스로 출퇴근하며 만나는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할 생각”이라며 “19대에 이어 서민의 땀과 애환·희망을 담은 ‘고속버스 의원실 2편’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 8년간 대전-서울 KTX 출퇴근
조 의원은 “지난 8년간 1500번 넘게 기차를 타고 서울과 대전을 오갔다”며 “기차를 타고 오가면서 정책과 비전을 구상하고 자료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기차를 타면 많은 분을 만나는데 지역 주민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라며 "지역 민원보다는 전국적인 이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아 국민적 여론 수렴에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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