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성조기 수십개 거꾸로 뒤집어놨다…범인은 트럼프 지지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몬로비아의 한 도서관 앞에 세워져 있던 성조기 수십 개가 모두 위아래가 바뀌어 거꾸로 걸리는 일이 있었다.
다음날 예정된 참전용사 행사를 위해 세워둔 성조기였는데, 누군가 밤사이 모두 성조기를 거꾸로 바꿔 달고 사라졌다.
전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평결이 나왔다. CNN은 아직 범인이 잡히진 않았지만, 이 평결에 대해 항의의 뜻으로 저지른 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상에도 트럼프의 측근과 지지자들이 성조기를 거꾸로 내건 인증사진이 등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주니어와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며느리 라라 트럼프 등 직계 가족을 비롯해 극우 성향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등이 온라인에 거꾸로 내 건 성조기 사진을 공유했다. 트럼프 정권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은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 프로필 사진을 '뒤집힌 성조기'로 바꿨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도 워싱턴 본사 건물 앞에 성조기를 뒤집어 걸고 찍은 사진을 X 계정에 올렸다.
미국 법률상으로 "성조기는 생명이나 재산이 극도로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조난 신호로 사용되는 경우 말고는 절대 거꾸로 걸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정치적으로 큰 사건이 터졌을 때 항의와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뒤집힌 성조기가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0년 미 대선에서 광범위한 부정 탓에 다 이긴 선거가 뒤집혔다고 주장하며, 뒤집힌 성조기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새뮤얼 얼리토 미국 연방 대법관이 1·6 의회폭동 사태 직후인 2021년 1월 17일 자택에 성조기를 거꾸로 내건 사실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 지지자들의 집단적인 항의 표시에도, 이번 유죄 평결로 인해 공화당 유권자들의 표심은 상당히 흔들린 모습이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결 직후 실시해 1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응답자 가운데 15%가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8%가 같은 의견을 보였다.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공화당 내 이런 응답 비율은 지난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지지한 비율과 일치한다.
공화당원 응답자의 77%는 이번 유죄 평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력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단 한 표가 중요한 박빙의 선거에서 이 정도의 이탈률은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무당층 응답자 가운데선 트럼프의 유죄 평결로 대선 선거 운동을 끝내야 한다는 응답이 49%나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45%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포인트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량에 대해서는 벌금형(68%)이나 집행유예(49%)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수감(44%)보다 많았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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