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퀴어축제도 아수라장? 홍준표, 1심서 패하자 "항소"

백경서 2024. 6.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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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7일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는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행정대집행에 나선 공무원들이 행사 차량의 진입을 막으려 하자 경찰이 이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해 뒤엉켜 있다. 뉴스1

성 소수자 축제인 대구퀴어문화축제 갈등과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이 항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올해 축제를 두고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최근 자신의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퀴어문화축제 소송 판결과 관련한 질문에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항소해서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시장은 “단독 판사의 독단적 판결로 본다. 항소해서 합의부에서 판단을 다시 받겠다”라고 했다.

같은 소송에서 패소한 대구시도 항소를 고려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항소 기간이 오는 10일까지여서 의견을 종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 퀴어축제서 무슨 일이


지난해 7월 12일 오후 대구지법 앞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가 최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퀴어축제 당시 행정대집행을 시도한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국가손해배상 청구서를 돌고 있다. 연합뉴
지난해 6월 17일 중구 동성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부스와 무대 설치물 반입을 시도하자 대구시와 중구 공무원 500여 명이 길을 막아섰고, 경찰이 길을 터주는 과정에서 공권력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대구시는 “축제 측이 불법으로 1시간에 80여 대 버스가 오가는 번화가에 부스를 설치하는 등 도로를 무단 점거하려고 한다”고 행정대집행을 했고, 경찰은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라며 맞섰다. 경찰이 조직위가 설치물을 반입시킬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대구시 공무원 2명이 밀려 다치기도 했다. 결국 공무원들이 철수하면서 축제는 별다른 마찰 없이 진행됐다.

다툼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 대구참여연대 등이 “집회신고가 됐음에도 대구시가 불법 집회로 규정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일삼았다”며 홍 시장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조직위가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대로 각각 3000만원, 1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해 11월에도 조직위는 “축제가 계속 진행되기 위해서 법의 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홍 시장과 대구시 공무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구시는 역으로 축제 측과 대구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교통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퀴어축제 두고 첫 판결 결과는


지난해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중 첫 판결은 지난달 24일 나왔다. 대구지법 민사 21단독(안민영 판사)은 조직위가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는 등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집회에 설치된 부스와 무대는 설치 필요성이 안정된다.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 안녕질서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행정대집행 사유가 없음에도 대구시 소속 공무원이 집회 개최를 저지했으므로 대구시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홍준표는 중과실이 인정되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했다.

조직위 “항소 상관없이 올해 축제 열 것”


이에 퀴어 축제 관련 도로 점유 문제가 해소되는 듯했지만, 대구시와 홍 시장이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올해도 축제를 두고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위는 판결 결과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올해 하반기에 지난해와 같은 동성로 일대에서 축제를 열겠다는 생각이다. 배진교 축제 조직위원장은 "홍 시장과 대구시가 항소해도 축제 관련해서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것 같다”며 “다음 주 중 1차 회의를 통해 장소와 날짜를 정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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