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머스크 vs 저커버그…두 번째 전장은 ‘챗봇’
차세대 오픈AI 찾아 협업 선점 경쟁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설전을 벌이며 소위 '현피' 직전까지 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가 이번엔 인공지능(AI) 챗봇을 두고 정면 대결에 나섰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차세대 언어모델 기반 챗봇 '메타AI'를 선보였고, 머스크 CEO는 AI 챗봇 '그록' 제작사 xAI에 60억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AI 선두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두 사람은 오픈AI의 뒤를 이을 차세대 AI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선점해 상대보다 한발 앞서가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1라운드, SNS 설전머스크 CEO와 저커버그 CEO의 갈등 관계가 두드러지게 표출됐던 시기는 SNS 설전과 함께 케이지 결투 신청마저 오갔던 지난해 6월이다. 당시 저커버그 CEO는 '트위터 대항마' 격인 SNS '스레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일일 게시물 열람 제한, 서비스 유료화 등으로 기존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자 트위터의 파이를 뺏어올 기회로 삼은 것이다.
저커버그 CEO의 바람대로 지난해 7월 스레드는 출시 닷새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스레드 출시 초기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트위터 시절부터 다져온 엑스(X·옛 트위터)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앱 마켓 분석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에서 엑스의 일일활성이용자(DAU) 수는 2700만명으로 스레드(160만명)를 크게 웃돌았다. 2024년 1분기 기준 전 세계 월간활성이용자(MAU) 수에서도 엑스(3억4900만명)와 스레드(8500만명)의 격차는 컸다.
머스크 CEO는 스레드 출시 직후 자기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레드는 (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뺀 것에 불과하다"며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스레드 가입자로 둔갑했다"고 깎아내렸다. 이에 지지 않고 저커버그 CEO는 "트위터가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친숙함과 상냥함이 결여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나는 (스레드를) 트위터처럼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2라운드, AI 챗봇머스크 CEO와 저커버그 CEO의 경쟁 구도는 AI 챗봇 사업을 두고 계속되는 모습이다. xAI와 메타가 최근 미국 스타트업 '캐릭터.ai'와의 사업 제휴를 두고 경쟁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 게 대표적이다. 캐릭터.ai는 가상의 다양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챗봇 서비스 제공 업체로, 구글의 딥러닝 AI 연구팀인 '구글 브레인' 연구원 출신 노암 셔지어가 2021년 창업한 회사다. 지난 3월엔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AI 서비스 순위'에서 3위에 등극하는 등 오픈AI를 이을 차세대 AI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 CEO와 저커버그 CEO 모두 범용 인공지능(AGI·인간과 동등하거나 능가하는 지능을 갖춘 AI) 개발을 목표로 생성형 AI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만큼 캐릭터.ai와 같은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먼저 메타는 지난달 차세대 대규모 언어모델 라마3를 기반으로 한 챗봇 '메타AI'를 공개했다. 앞서 챗봇에 유명 연예인의 성격을 적용한 '페르소나' 기술을 선보인 메타는 메타AI를 인스타그램·페이스북·왓츠앱과 같은 자사 간판 SNS 플랫폼에 탑재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 AI는 이용자 질문에 답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며 "우리는 메타AI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지능적인 AI 비서라고 믿는다"고 소개했다.
챗GPT 대항마를 만들겠다며 xAI를 설립한 머스크 CEO에게 있어서도 캐릭터.ai 같은 잠재력 있는 회사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xAI는 머스크 CEO가 지난해 7월 세운 회사로, 설립 4개월 만에 AI 챗봇 '그록'을 출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 초 최신 AI 모델 '그록 1.5'를 내놓으며 개발에 박차를 가한 xAI는 최근 60억달러(약 8조2000억원) 상당의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AI 선두 대열 합류를 노리고 있다. xAI의 기업가치도 종전 180억달러(약 24조5000억원)에서 240억달러(약 32조7000억원)로 올랐다. xAI는 현재 그록의 차기 버전 구동을 위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빅테크의 스타트업 사냥…"AI 황금기 맞이할 것"두 기업이 이처럼 AI 챗봇과 스타트업 투자에 공을 들이는 데는 오픈AI의 지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앞서 AI 열풍을 이끈 챗GPT의 영향력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머스크 CEO와 저커버그 CEO로서는 일종의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이다. 또한 두 사람은 엑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이 이용하는 SNS를 운영하는 기업의 오너라는 공통점이 있다. 생성형 AI 모델 훈련에 들어가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SNS를 통해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AI 챗봇은 놓칠 수 없는 사업이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오픈AI의 잠재력을 알아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발 빨리 수백조 원을 투자하며 물주를 자처하고 나선 것도 업계 전반의 AI 챗봇 투자·개발에 불을 지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샘 쉴레이 MS 최고기술 담당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AI 기술 개발에 집중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AI 시대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빅테크들의 스타트업 사냥은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빅테크가 힘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며 "2023년이 탐색기였다면 2024년은 AI의 황금기를 맞이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오픈AI에 투자한 금액만 130억달러로 추산되는 MS는 '프랑스판 오픈AI'라 불리는 스타트업 미스트랄AI 자금 펀딩에도 참여한 상태다. 아마존과 구글도 오픈AI 경쟁사 앤스로픽에 각각 40억달러, 20억달러를 쏟아부으며 군비 경쟁에 참전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향후 1년간 AI 분야에 90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이 지난해 6월 대대적인 AI 투자를 예고한 후 1년간 89억달러를 AI 분야에 투입한 바 있다.
전도유망한 해외 AI 스타트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국가들의 로비 경쟁도 확인되고 있다. 독일의 알레프 알파, 영국의 신테시아 및 스태빌리티AI 등 유럽을 대표하는 AI 스타트업들은 지난 3월 주요 외신에 자신들이 캐나다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정부 관계자들의 로비를 받았다고 전했다. 해당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 기업에 각종 보조금, 세제 혜택, 규제 완화를 어필하며 본사를 자국으로 이전할 것을 설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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