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물가 위에 나는 다이소…5000원짜리 레티놀 화장품까지[조선물가실록]

윤슬기 2024. 6.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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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다이소·뷰티브랜드 협업…가성비 입소문

아성 다이소가 출시하는 화장품 제품마다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최대 5000원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에 기초부터 기능성·색조까지 폭넓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데다, 다양한 코스메틱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최신 메이크업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다이소 화장품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다이소매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기능성 화장품 가격 24%↑…가성비 찾는 고객 늘며 다이소 인기

1일 다이소가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샵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브이티코스메틱(VT)의 VT리들샷, 손앤박의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 본셉 레티놀 라인 일부 품목은 품절 상태다.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지자 다이소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화장품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2023년 4분기, 2024년 1분기 전체 화장품의 분기별 소비자물가지수(2020=100)는 113.41, 114.35로 상승세를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총지수는 112.88, 113.62로, 전체 물가지수보다 화장품 물가지수가 더 높다. 특히 기능성 화장품의 물가지수는 123.68, 123.85로 일반 화장품 물가지수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하지만 다이소에서는 물가 상승과 상관없이 화장품 전 제품을 1000~5000원의 균일가로 판매하고 있다. 트렌드에 맞는 색조는 물론, 고가 성분이 담긴 기능성 화장품도 가격표가 최대 5000원이다. 토니모리, 네이처 리퍼블릭, VT코스메틱, 손앤박 등 다이소와 손을 잡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엔 다이소와 토니모리가 손을 잡고 다이소 전용 브랜드 본셉을 론칭, 가격을 낮춘 레티놀 화장품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레티놀은 대표적인 안티에이징 효과가 높은 성분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탓에 제품 가격대가 대체로 높다. '명품 저렴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도 많다. 지난달 7일 출시된 손앤박의 컬러밤은 샤넬의 립앱치크밤의 가성비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다이소가 운영하는 모바일앱(애플리케이션) 샵다이소에서 판매하는 VT코스메틱의 VT리들샷, 손앤박의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 본셉 레티놀 라인 일부 품목 등은 품절 상태다. 사진출처=샵다이소

저렴한 가격 비결은…"OEM 방식 아닌 제조사·관계사 보유"

국내 화장품 회사가 다이소와의 협업을 통해 내놓는 화장품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기존의 기술력, 제조라인을 이용한 덕분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타사의 경우 제품 용기와 내용물 개발을 외주 주문자위탁생산(OEM)으로 생산 의뢰해 진행하는데, 이는 화장품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이유"라며 "본셉의 경우 용기·내용물과 관련한 제조사, 관계사를 보유하고 있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높은 품질의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브랜드의 노하우를 이용한 만큼 다이소 판매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의 '2024년 소비 트렌드 시리즈-초저가 소비' 리포트에 따르면 19~49세 여성 소비자 중 다이소 화장품을 구매해 봤다고 응답한 사람은 41%였고, 이 가운데 만족했다는 답변은 72%에 달했다. 다이소 화장품을 산 이유로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서'가 69%(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격이 저렴해서'(48%),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아서'(32%), '후기와 평가가 좋아서'(32%), '매장이 많아 접근성이 좋아서'(25%) 순이었다.

다이소는 뷰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다이소의 매출액은 2020년 2조4215억원, 2021년 2조6048억원, 2022년 2조9457억원, 2023년 3조4605억원이다. 매장 수는 전국 1500여개에 달한다.

화장품 업계도 다이소와의 협력으로 유통채널 다변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예컨대 토니모리는 기존 레티놀 제품의 주요 타깃을 피부 노화가 고민인 40~60대로 삼았지만, 다이소 화장품의 주요 소비층이 젊은 세대임을 고려해 '저자극' '데일리 케어'에 방점을 찍어 소비층 확대를 꾀하고 있다. 레티놀이라는 주성분은 같지만 유통채널이 다른 만큼 고객 특성에 맞춰 제품 특성에 차이를 둔 것이다. 리들샷 제조업체인 브이티는 올해 1분기 매출액 1055억원,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토니모리 역시 1분기 매출액 418억원, 영업이익 23억원으로 작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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