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평결’ 트럼프, 지지율 타격… 후보 사퇴 주장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 유죄 평결이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캐스팅보터인 무당층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 입장이 감지됐고, 후보직 사퇴 주장도 제기됐다.
뉴스위크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맨해튼형사법원 배심원단 유죄평결 이후 진행된 3개의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유죄평결 발표 직후 성인 30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조사에서 응답자 5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라고 답했고, 무죄라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유권자 다수가 맨해튼형사법원 배심원단 평결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특히 대선 승패를 결정할 무소속 유권자 48%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라고 답했다. 공화당원 중 15%도 유죄 평결을 지지하며 이탈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스위크는 “이번 평결이 대선 경쟁의 역학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때 무소속 유권자 표심을 얻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모닝컨설트가 전날 성인 22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54%는 이번 유죄 평결에 동의했다. 특히 전체 무당층 응답자 49%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았기 때문에 대선 선거 운동을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응답자 15%,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8%도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에 의뢰한 여론조사(지난 30~31일 성인 2556명 대상)에서 등록 유권자 54%는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4월 조사(60%) 때보다 6% 포인트 하락한 것이지만, 지지층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특히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답한 공화당원 비율도 약 10%로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대선 후보 지지율에도 즉각 반영됐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가상 양자 대결 지지율은 각각 45%, 44%로 나타났다. 입소스가 진행한 다자 대결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41%)은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2% 포인트 앞섰다. 제3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10%의 지지를 기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번 평결을 대선 캠페인 핵심 이슈로 다르며 유권자 표심을 공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미국 원칙이 재확인됐다”며 “트럼프는 선거 시스템에 이어 사법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작된 법정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며 “매우 불공정한 사기”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죄 평결 이후 48시간 동안 지지자들에게 수십 건의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도움을 호소했다.
트럼프 극렬 지지층 단합도 더 강해졌다. 트럼프 캠프는 유죄 평결 이후 24시간 동안 5280만 달러(약 730억 원)의 후원금이 모금됐다고 밝혔다. 이는 공화당이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온라인으로 모금한 금액(5800만 달러)과 맞먹는 수치다. 트럼프 캠프는 “이 모멘텀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불공정한 평결에 반대하는 지지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은 배심원단 평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성조기를 거꾸로 게양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주니어와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등은 엑스(X) 등 SNS에 성조기를 거꾸로 게양한 사진을 올렸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도 건물 앞에 재단 로고 깃발과 함께 성조기를 뒤집어서 걸고 이를 찍은 사진을 X에 올렸다.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마이애미 지부도 텔레그램에 뒤집힌 성조기 사진을 올렸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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