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파이널] 레알의 불가사의한 저력, 프로 12년차 풀백이 UCL 2호골을 결승전에서? 그것도 헤딩으로?

다니 카르바할(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16cm 더 큰 선수가 대인방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신 풀백이 헤딩골을 넣을 가능성, 그 순간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팀을 결정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레알마드리드는 그런 일을 일상처럼 겪는다.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23-2024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레알마드리드가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경기 초반 잘 준비해 나온 도르트문트가 우세한 경기를 했고, 레알은 티보 쿠르투아의 선방과 상대의 슛이 골대에 맞는 행운으로 버텼다. 그러다 후반전 들어 경기 흐름을 되찾아왔다.

레알의 맹공 역시 그레고어 코벨 골키퍼에게 번번이 막히면서 공격수들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때, 뜻밖에 선제골을 넣은 선수가 카르바할이었다. 후반 29분 토니 크로스의 프리킥이 레알 센터백 나초 페르난데스를 스치며 날아왔다. 카르바할이 헤딩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173cm 카르바할을 189cm 니클라스 퓔크루크가 막고 있었는데 카르바할의 타점이 더 높았다.

카르바할이 2012년 바이엘04레버쿠젠 소속으로 본격적인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 12년차다. 긴 경력 동안 UCL 득점은 2015-2016시즌 단 1골에 불과했다. 그런데 UCL 통산 2호골을 결승전에서 헤딩으로 넣은 것이다.

카르바할이 골을 터뜨릴 거라는 조짐은 있었다. 시즌 득점을 최대 2골 넣은 게 고작이었고 도움도 그리 많지 않은 선수였는데, 이번 시즌은 전경기 주전으로 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라리가에서 4골 3도움을 기록하며 32세가 되어 오히려 득점에 눈을 뜬 듯한 시즌을 보냈다. 이날도 헤딩골에 앞서 문전 침투 후 오른발 슛이 코벨의 선방에 막히기도 했다.

다니 카르바할(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다니 카르바할(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카르바할의 헤딩골이 혈을 뚫어 준 뒤에야 도르트문트 수비진이 본격적으로 허둥거렸고, 이 기회를 틈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추가골을 넣을 수 있었다.

레알은 4강에서 바이에른뮌헨을 잡고 올라올 때도 후보 골키퍼 호셀루가 영웅으로 떠오른 바 있다. 이제 레알이 뜻밖의 선수, 뜻밖의 득점루트를 통해 승리하는 건 변수가 아닌 상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