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노잼이라고? '비주류' K콘솔∙인디게임의 반란 [팩플]
비주류는 구원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한국 게임 산업에서 찬밥 신세였던 콘솔·인디게임이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글로벌 흥행작이 하나둘 등장하면서다. 업계에선 “침체된 한국 게임 업계에 새로운 성장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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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지난 4월 출시된 시프트업의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는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공식 판매량은 아직 공개 전이지만 미국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내 게임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한국 콘솔 게임으로는 처음있는 일. 게임전문매체 패미통이 집계한 일본 소프트웨어 판매량 순위에서도 3주간 1위에 올랐다. 덕분에 상장을 앞둔 시프트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 일각에선 시가총액이 3조원을 넘길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논란도 있지만, 그만큼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현실이 될 경우 시프트업은 시총 기준 업계 4위 대형 게임사로 올라서게 된다.
앞서 네오위즈가 만든 콘솔게임 ‘P의 거짓’ 역시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 출시 후 한달여만에 100만장 이상 팔렸고, 지난 3월 기준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는 700만명을 넘겼다. 네오위즈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71억원, 영업이익은 1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1085% 늘었다. P의 거짓의 흥행이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 주목도가 낮았던 인디게임(소규모 개발인력이 저비용으로 만든 게임) 역시 글로벌 흥행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오위즈가 배급한 액션게임 ‘스컬(Skul)’이 대표적이다.직원이 10여명인 사우스포게임즈에서 개발한 스컬은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판매량 200만장을 넘겼다.
모바일 게임에선 예상치 못한 글로벌 ‘대박’ 인디게임도 등장했다. 지난해 9월, 직원 6명이던 스타트업 후야호가 개발한 ‘탕후루의 달인’은 해외 출시 전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틱톡에 올라온 게임 플레이 영상이 동남아 지역에서 화제를 모은 덕이었다. 글로벌 흥행 가능성을 확인한 후야호는 급히 구글 번역·파파고 등을 이용해 게임을 번역하고 해외에 정식 출시했다. 이후 신규 유저가 급격히 늘었고,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구글플레이에서 게임 카테고리 1위를 달성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도 1위에 올랐다. 전민영 후야호 대표는 “국내용으로 개발한 게임인데 예상 외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800만명이 됐고, 해외 매출 비중은 7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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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업계에선 이런 성공 사례가 한국 게임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불씨가 될 걸로 기대한다. 지난 20여년간 한국 게임의 주류는 ‘리니지 라이크(like·같은)’로 대표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한 모바일 게임들이었다. 한국 게임사가 정립한 두 성공 공식은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를 키운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이젠 ‘한계에 부딪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등 해외 게임사가 만든 ‘리니지 라이크’, 그리고 비슷비슷한 확률형 아이템으로 무장한 수집형 게임이 쏟아지면서 수익성은 줄었고 이용자 피로감은 높아졌기 때문. 최강자 엔씨소프트마저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콘솔·인디게임이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막대한 돈을 벌어준 기존 온라인·모바일게임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콘솔 불모지’로 불린 한국의 게임사들이 일궈낸 최근 성과는 의미가 적지 않다”며 “비주류 게임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단 걸 보여주면서 게임사와 이용자 모두에게 희망을 줬다. 다양하게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동력이 생긴만큼,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침 정부도 힘을 싣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일 ‘게임산업 진흥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콘솔·인디게임 제작 지원을 핵심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평균 제작 기간이 30개월에 달하며 개발비용도 많이 드는 콘솔게임 제작을 위해 맞춤형 지원을 하고, 여러 형식의 게임이 실험·제작 될 수 있게 인디게임 지원도 늘리겠다는 것. 전민영 대표는 “인공지능(AI) 기술 덕분에 번역이나 현지화도 훨씬 쉬워졌고, 틱톡이나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어 작은 게임사도 과거에 비해 마케팅 수단이 많아졌다. 인디게임이 클 수 있는 토대가 생긴 것”이라며 “성공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한국 게임 업계도 다채로워지고, 더 성장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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