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위해 한 수 접겠다" 화해 요청한 민희진의 속내…'묵묵부답' 하이브
"다시 일하는 것 힘들지만, 궁극적으로 하이브에게도 큰 실적"
만면에 가득한 미소, 첫 번째 기자회견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로 기자들 앞에 선 민희진 대표는 수습을 통한 '화해'를 강조했다. 법원 가처분 결정 전까지의 심적 부담, 뉴진스 멤버들의 마음고생 등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지만, 비속어를 남발하며 격앙된 어조로 분노를 표출했던 지난 기자회견 대비 차분한 분위기 속에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자식 같은 아이들(뉴진스)를 위해 좋은 판단이 내려졌으면 좋겠다"며 하이브를 향해 화해 의사를 표명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의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인용에 따라 이날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직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민 대표를 제외한 그의 측근 이사진 2명이 주총에서 해임됐고, 하이브 측이 추천한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신임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법원의 판단과 임시 주총 결과를 의식해서였을까, 민 대표는 한 달여간의 분쟁에 종지부를 찍고 주주와 하이브, 아티스트와 팬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민 대표는 "이제 대의적으로 실익을 생각해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사업적 비전을 위해 다 같이 가는 조직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건설적이고 건강한 논의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이브는 감정적 부분을 다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다음 챕터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후 방시혁 의장과 만난 적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민 대표는 "한 번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하이브와의 화해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당연하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봉합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입장을 굽히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첫 기자회견 때 관심이 집중됐던 주주간계약 수정 관련해서도 민 대표는 "경업금지 약정에 대한 독소조항만 없어진다면, 제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파격과 논란 일색이었던 첫 기자회견과 달리 화해의 어조로 진행된 민 대표의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하이브는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내놓지는 않았다. 지난 기자회견 당시 하이브는 시작 직전 민 대표와 무속 경영 관련 입장문을, 기자회견 직후 두 차례에 걸친 반론을 내놓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 화해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 "뉴진스와 계획했던 비전을 이루고 싶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뉴진스와 도쿄돔, 새 음반, 월드투어 등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모든 계획이 이번 사태로 혼란스러워졌다. 이 분쟁으로 이런 기회와 가치를 날려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며 "솔직히 말하면 (하이브와) 다시 같이 일하는 건 저도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모두에게 유리한 방향을 생각해보면 아프더라도 참고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뉴진스를 위해서라도 내가 한 수 접겠다. 이건 궁극적으로 하이브에도 큰 실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겉으로는 화해를 말하면서도 일방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던 민 대표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법원의 판단 또한 배임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배신적 행위가 있었다고 분명히 한 만큼, 판정승에 불과하다는 의견 또한 지배적이다. 뉴진스를 위해 한 수 접겠다면서 곧바로 신의는 쌍방이고, 협상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하이브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자신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는 발언은 화해에 대하는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민 대표는 임시주총에서 하이브의 의결권을 막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해임 가능성을 안고 하이브와 '불편한 동거'에 들어간다. 앞서 진행된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회 구성이 민 대표 중심 3인 구성에서 민 대표 1인 : 하이브 3인 구도로 바뀌며 어도어 운영 방향 또한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측은 "이사들의 결의가 있다면 여전히 민 대표님은 해임될 수 있다. 법원의 취지를 존중한다면 이사들도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겠지만, 법적으로 의결권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주주간계약을 지키라는 게 법원의 취지인 만큼 이사들이 민 대표를 해임시키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나"고 밝혔다.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으로 한 달여 간 이어진 민 대표와 양측 간 갈등이 법원의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인용으로 변곡점을 맞은 가운데, 민 대표의 기자회견을 극적인 화해를 맞을지 장기전에 돌입할지 하이브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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