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강보험 의료수가 1.96%↑…진료비·건보료 상승 전망
환산지수 인상분, 행위 유형 조정 활용 권고
의협 “정부,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고집”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주는 수가가 내년에 1.96% 오른다. 수가 인상으로 환자가 내는 진료비가 소폭 오르게 되며, 내년 건강보험료가 함께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1일 “7개 보건의료단체와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을 마치고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이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수가’로 불리는 요양급여비용은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 당국이 지불하는 대가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1년씩 계약이 이뤄진다. 해마다 내는 건강보험료는 수가협상 결과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내년도 평균 수가 인상률은 1.96%로, 지난해보다 0.02%p(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평균 수가 인상률은 2020년 2.29%, 2021년 1.99%, 2022년 2.09%, 2023년과 2024년에는 1.98%였다. 이번 수가 인상으로 추가로 소요될 건강보험 재정은 1조2708억원이다.
의료기관 유형별 인상률을 살펴보면 치과는 3.2%, 한의 3.6%, 약국 2.8%, 조산원 10.0%, 보건기관 2.7%다. 병원과 의원의 경우 의원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병원을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병협)와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건보공단은 이들 단체에 각각 인상률 1.9%와 1.6%를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건보공단 협상단장인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는 “가입자·공급자 간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여러 차례 협의 과정을 거쳤으나, 병원과 의원 유형이 결렬돼 아쉽다”며 “가입자들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병원 경영 손실, 필수의료 체계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자는 인건비, 관리비 등 의료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며 적정 수가 인상을 주장했다”면서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관리자로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운영을 위한 상호 신뢰와 존중의 자세로 필수의료 체계 구축과 의료 인프라 유지, 가입자의 부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협상이 결렬된 병원·의원 수가에 대해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을 초과하지 않게 해달라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건의했다. 또 내년도 요양급여비용을 정할 때 환산지수 인상분 중 상당한 재정을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수술,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 유형 조정에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의협은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회를 요구해왔다.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행위별 수가에 곱해지는 환산지수를 필수의료 등 저평가된 의료행위에 한해 더 올리는 방안이다. 현재 수가는 어느 진료과든 원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모든 진료과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의료인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모든 제도 개선은 결국 의료개혁이 아닌 의료파멸로 귀결될 것”이라며 “향후 발생하는 일련의 의료 혼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공단과 정부 당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수가 인상 폭은 오는 30일까지 건정심에서 의결한 뒤 연말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할 예정이다. 수가 인상으로 재정 부담이 1조2000억원 이상 늘어난 만큼 내년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건보공단은 가입자에게 거둔 건보료를 의료기관에 지급하기 때문에 수가가 오르면 건보료 인상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건보료율은 7.09%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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