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브·데이식스…‘서재페’의 음악 낙원 [쿡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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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어스름히 지던 오후 8시.
3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막을 올린 2024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은 여러 장르를 아우른 음악 낙원이었다.
88잔디마당에서 헤드라이너로 선 라우브는 '컴포터블'과 '패러노이드' 등 인기곡을 여럿 부르며 현장 관객과 호흡했다.
데이식스는 6년 만에 다시 온 서재페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흥겨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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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어스름히 지던 오후 8시. 주홍빛과 보랏빛이 비단처럼 펼쳐진 하늘에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알고 있는 건 ♩ 우린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야 ♪… (All I Know is we could go anywhere…)” 전 세계를 흔든 히트곡 ‘패리스 인 더 레인’과 함께 팝 가수 라우브가 등장하자 객석에선 탄성이 나왔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까지도 무대의 일부였다.
3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막을 올린 2024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은 여러 장르를 아우른 음악 낙원이었다. 88잔디마당에서 헤드라이너로 선 라우브는 ‘컴포터블’과 ‘패러노이드’ 등 인기곡을 여럿 부르며 현장 관객과 호흡했다. 음악 앞에 언어 장벽은 무의미했다. 빠르게 흩어지는 라우브의 말들에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이어졌다.
라우브는 관객을 조종하는 지휘자이기도 했다. “지금 다들 손을 들어주세요.” 라우브의 말에 일제히 올라온 손들이 그의 몸짓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는 혼자서도 여유롭게 무대를 쥐락펴락했다. 무대 한쪽에 마련된 시설물을 이용해 곡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객석으로 향해 관객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이 시간을 즐겼다. 관객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심취했다. 초여름 저녁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멜로디에 모두가 분위기를 탔다. 누군가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물결처럼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비슷한 시각 KSPO돔에선 밴드 데이식스가 장내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이들 공연은 시작 30분 전부터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였다. 마침내 무대에 오른 네 남자가 ‘웰컴 투 더 쇼’를 부르자 현장은 금세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데이식스는 6년 만에 다시 온 서재페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흥겨워했다. 방방 뛰며 베이스를 연주하는 영케이부터 떼창 소리에 씩 웃으며 즉석에서 반주를 넣는 성진과 끓어오르는 흥을 주체 못해 건반을 부순 원필, 흡족한 얼굴로 드럼을 내리치는 도운까지 네 멤버 모두 무대를 만끽했다.
이날 데이식스는 최근 음원차트 역주행에 성공해 인기를 끈 ‘예뻤어’를 비롯해 신보 수록곡 ‘해피’, ‘널 제외한 나의 뇌’와 ‘좀비’, ‘콩그레추레이션’, ‘맨 인 어 무비’, ‘슛 미’, ‘스윗 카오스’, ‘러브 미 리브 미’,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등 여러 곡을 선보였다. 팬과 일반 관객이 섞였어도 노래마다 떼창이 이어졌다. 관객들이 메인 멜로디와 코러스까지 척척 해내자 멤버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단독 콘서트를 방불케 한 밀도 있는 공연에 객석은 데이식스의 세계에 절로 빠져들었다.
이들 외에도 선우정아, 폴킴, 이영지, 림킴, 고상지 밴드 등 국내 음악인과 히로미의 소닉원더, 톤즈 앤 아이, 조슈아 레드먼 그룹, 정글, 맥 에이어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첫날 무대를 채웠다. 이날만 1만8000명이 ‘서재페’를 찾았다. 올해 ‘서재페’는 오는 2일까지 이어진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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