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주장하는 '지구당 부활'이 뭐길래

임병도 2024. 6. 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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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뜨거운 주제...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은 '글쎄'

[임병도 기자]

 지난 4월 1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지구당 부활론'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다"면서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지구당 부활을 "정치 영역에서의 격차 해소"라고 강조했고, 나경원, 안철수, 윤상현 의원 등은 이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구당이 뭐길래 

지구당 부활론은 말 그대로 지구당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뜻입니다. 지구당이 만들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구당이 부활하면 달라지는 것
ⓒ 임병도
 
현재 대한민국 정당 조직은 전국 단위 시도당이 끝입니다. 아래 하부 조직은 현행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제주시당은 있지만, 제주시갑 지역의 사무실이나 별도의 조직은 없습니다.

'지나가다가 국회의원 사무실 봤는데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건 정당 사무실이 아닌 국회의원 개인 사무실입니다. 국회의원이라 가능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로 지구당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지역구 위원장은 사무실에 유급 직원을 두거나 지역구 후원회를 통해 후원금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시도당 외에는 사무실도 없고 직원도 채용하지 못하고 후원금도 받지 못합니다. 

우리가 흔히 '당협위원장'(국민의힘, 당원협의회) 또는 '지역위원장'(민주당)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거구 단위 지역을 관리하다가 선거가 되면 후보로 출마합니다.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을 경우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 비서관을 배치하고 모금한 후원금으로 지역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당선자가 아닌 원외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사무실도 만들 수 없고 후원금도 모금하지 못하고 그저 당협위원장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지역에서 활동해야 합니다. 

만약 지구당이 부활하면 국회의원이 아닌 당협위원장들도 지역구에 사무실을 두고 후원금도 모금하면서 지역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금배지가 없는 '원외 당협위원장'에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힘이 되는 것입니다. 

지역구 정치의 폐단과 장점 

지구당이 폐지된 가장 큰 이유는 불법 정치 자금 때문입니다. 지역구위원장들은 지역 토호세력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받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지역 내 기업과 사업가들은 향후 국회의원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위원장이기에 울며겨자먹기로 후원금을 냅니다. 일부는 향후 이권을 염두에 두고 밀접한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정치부패의 온상'이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2004년 2월 일명 '오세훈법'이라는 정당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구당은 폐지됐습니다. 당시 정치인들이 거세게 반발해서 위헌 논란까지 제기돼 헌법재판소의 판단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국민의힘 시도당위원장 소개 페이지. 현재 정당은 시도당까지만 사무실을 운영하고 그외 선거구 단위 사무실은 없다. 선거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들은 당협위원장이라는 직함만 갖고 활동한다.
ⓒ 국민의힘 홈페이지 갈무리
 
지구당이 부활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현재 '원외 당협위원장'이라는 직함만 있는 이들에게 조직을 움직일 기반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대거 낙선한 국민의힘 소속 당협위원장들에겐 4년 동안 돈 걱정 없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254개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냈습니다. 그러나 지역구 당선자는 90명뿐입니다. 나머지 164명은 별도의 생계 수단을 갖고 4년을 버텨야 합니다. 현재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지구당이 부활하면 엄청난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지구당 부활론'이 낙선한 이들을 달래거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또 다른 장점은 튼튼한 조직력입니다. 지구당이 부활하면 254개 모든 선거구에 지역구 사무실이 설치돼 운영됩니다. 4년 동안 비공식 또는 간접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해집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원인으로 꼽히는 '조직력의 부재'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구당 부활과 관련한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채용할 수 있는 유급 직원 수와 후원회 모금 한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모두 지역구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후원금도 모금할 수 있는 법안입니다. 

지구당 부활이 낙선한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정치 신인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들에겐 국회의원 당선과 정당 승리이라는 뚜렷한 목적과 이익이 있습니다. 그러면 국민에겐 어떤 혜택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크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지구당 부활론'이 정치권에서만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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