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는데 또 초보 감독? 알 수 없는 수원의 행보
[이준목 기자]
▲ 변성환 수원 삼성 신임 감독 |
ⓒ 수원 삼성 제공 |
위기의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소방수'로 변성환 감독을 선택했다. 수원 삼성은 지난 5월 31일 "변성환 감독을 제10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변 감독 선임에 대해 "변 감독은 확고한 축구 철학과 비전을 바탕으로, 최신 축구 트렌드 이해 및 과학적 훈련 시스템 적용, 명확한 분석을 통한 훈련 구성과 코칭 능력을 갖춘 지도자"라고 밝혔다.
1979년생인 변성환 감독은 수비수 출신으로 K리그 울산 HD, 부산 아이파크, 성남FC, FC안양 등을 거쳤고, 호주 리그 뉴캐슬 제츠와 시드니 FC에서도 활약했다. 2014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로는 이듬해부터 성남FC에서 지도자로 데뷔했고, 유스팀 감독과 성인팀 코치, 감독 대행직을 수행했다.
2018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 지도자로 자리를 옮겨서 15-17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다. 2023년 U-17 아시안컵에서는 대표팀 감독을 맡아 준우승을 이끌었다. 전술적으로는 과감한 전방 압박과 스피디한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직선적인 공격 축구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축구협회가 매달 편찬하는 공식 매거진이자 기술보고서에서 '전술 분석' 코너를 담당하면서 깊이있는 내용으로 축구 팬들에게 호평을 얻기도 했다.
변 감독이 맡게된 수원은 최근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 지난 시즌 K리그1 최하위로 창단 첫 2부리그 다이렉트 강등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올 시즌에는 K리그2에서도 5연패의 부진에 빠지며 중위권으로 추락했다. 수원의 레전드인 염기훈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악화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지난 25일 이랜드전 패배 직후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올해 1월 정식 감독 선임된지 불과 5개월 만이었다.
수원은 현재 6승 1무 7패, 승점 19점으로 K리그2 13개 구단 중 8위에 머물고 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1위 안양(승점 27)과는 벌써 8점 차이로 벌어졌다.
변성환 감독의 등장에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전임 염기훈 감독이 수원의 레전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수원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며 조기 낙마한 결정적인 이유는 초보감독으로서의 '경험 부족'이었다. 그런데 수원 구단은 염기훈 감독을 지키지 못했고 그 대안으로 또다른 초보 감독을 데려오는 아이러니한 결정을 내렸다.
변 감독의 프로 1군 정식 감독 경력은 수원이 처음이다. 변 감독은 2016년 당시 성남의 코치로 김학범 감독과 구상범 대행이 연이어 사임하면서 혼란에 빠진 팀을 이어받아 감독대행으로 프로 첫 성인팀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성남은 승강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하며 K리그2로 강등 당했다. 물론 팀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변 감독에게 강등 책임을 묻는 여론은 많지 않았지만, 여전히 경력이 일천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 시절도 마찬가지다. 2023년 U-17 월드컵에서 변성환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대표팀은 대회 사상 첫 3전 전패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강팀을 상대로도 물러나지 않고 자신만의 전술적 색깔을 지킨 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반대로 같은 전술과 플랜A만 고집하는 경직된 경기운영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혹평도 적지 않았다.
물론 같은 초보라도 변 감독이 전임인 염기훈 감독과는 결이 다른 것은, 코치 시절부터 성인와 연령대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오랫동안 차근차근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는 점, 자신만의 확고한 전술적 색깔이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임현섭, 김성주 등 수원의 몇몇 유망주들과는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한 경험이 있어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수원은 현재 장기적인 리빌딩이나 육성보다 당장 철저한 윈나우(1부리그 승격)가 더 시급한 팀이라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수원은 현재 '감독들의 무덤'으로 악명높은 팀이 됐다. 4대 서정원 감독(6년) 이후로 수원 감독들 중 2년 이상을 재임하거나 계약기간을 완주한 감독은 단 한 명도 없다. 이임생-박건하-이병근-김병수-염기훈 감독 등은 모두 성적부진과 선수장악력 부족으로 줄줄이 혹평을 받으며 불명예스럽게 낙마했다.
수원이라는 구단만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수원은 2014년 제일기획으로 운영주체가 이관된 이후 과거처럼 축구단 운영에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정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 팬들의 성적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높고, 선수단도 프라이드가 강한 편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독이 온갖 책임을 뒤집어쓰고 화살을 맞기 일쑤였다. 수원이 2부로 강등되었던 지난해에는 이병근과 김병수, 한 시즌에만 두 명의 감독이 연달아 지휘봉을 내려놓기도 했다.
현재 수원 팬들이 요구하는 것은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팀을 1부 리그로 다시 복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수원은 당장 염기훈 전 감독 시절 시작된 5연패의 수렁에서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염 감독은 수원 팬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임을 선언했다. 변성환 감독 역시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다른 처지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가 왔어도 팀 분위기를 수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원 구단이 현재의 상황을 얼마나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구나 감독 경력이 일천한 변성환 감독은 아직 자신만의 사단이 없어서 코치진 역시 기존의 수원 코치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성환 신임감독의 수원 사령탑 데뷔전은 2일 열리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경기다. 과연 변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과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딛고 위기의 수원을 다시 반등시키는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건희 이름 뺀 YTN 부장 "힘있는 쪽 표적 될 필요없어"
- '채상병 수사 외압' 대통령실-국방부 핵심라인, 13일간 총 27회 통화
- 윤 대통령 인척 동생, 대통령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승진
- [단독] 박희영 재판 때마다 용산구청 공무원 평균 15.4명 동행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국회의원회관에 쏟아지는 꽃들, 이거 괜찮습니까?
- 달라진 민희진, 하이브에 화해 제안 "뉴진스 쉬면 서로 손해"
-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 바이든 "이스라엘이 3단계 휴전안 제시... 전쟁 끝낼 때"
- [단독] 최재형 보은군수·공무원 20명 평일 근무시간에 골프
- 윤 정부의 끝없는 '원전' 고집... "어리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