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 ② '깡패에서 리더로' 유로 최초 40대 센터백의 탄생 : 포르투갈 페페

김희준 기자 2024. 6. 1. 11:10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페페(포르투갈).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페페는 레알마드리드 시절 거친 반칙으로 악명높았다. 입단 두 시즌째였던 2008-2009시즌 헤타페의 하비에르 카스케로를 발로 걷어찬 것도 모자라 싸움을 말리러 온 후안 앙헬 알빈의 얼굴을 가격했다. 당시에도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만큼 심각한 반칙이었고, 페페는 '깡페페'라는 멸칭을 얻는다.


포르투갈에서도 특유의 공격적 성향으로 대회를 망친 전례가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과 조별리그 1차전 토마스 뮐러를 손등으로 가격해 쓰러뜨렸고, 앉아있던 뮐러에게 박치기에 가깝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주심은 지체없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페페의 기행 때문에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던 페페는 이제 어엿한 리더가 됐다. 포르투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수비라인과 팀을 진두지휘한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는 부주장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결장하면 주장 완장을 건네받는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호날두가 선발로 나오지 않았던 16강과 8강에서 주장으로 경기를 소화했다. 라커룸에서도 호날두가 커버할 수 없는 부분까지 어루만지는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맡는다.


페페(포르투). 게티이미지코리아

41세에도 여전한 기량을 자랑한다. 1983년생인 페페는 올 시즌 포르투에서 34경기에 나섰고, 이 중 벤치에서 시작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출장시간을 환산하면 2,995분으로 추가시간 등을 고려하면 3,000분을 넘게 경기장에서 뛴 셈이다.


나이가 들면서 폭력적인 성향을 서서히 줄여나갔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자신의 장점이었던 주력, 몸싸움 등을 여전히 지켜나갔다. 깡패 같은 반칙들과 달리 수비 스타일 자체는 지능적이었다. 섣불리 달려들기보다 후방 커버와 일대일 마크 등을 통해 상대 공격을 지연시키는 플레이를 자주 구사했다. 이는 불혹을 넘긴 지금도 페페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최고의 무대에서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포르투갈 대표팀에 페페는 필요한 존재다. 물론 후벵 디아스, 안토니우 실바, 곤살루 이냐시우 등 훌륭한 센터백들이 많다. 그래도 페페는 실바나 이냐시우가 제공할 수 없는 풍부한 경험을 팀에 불어넣을 수 있다. UEFA 유로 2016에서 대회 최우수 선수(MVP)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활약으로 포르투갈의 유로 첫 우승을 이끌었고, 2018-2019시즌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도 좋은 경기력으로 팀의 우승을 함께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3월 A매치에서 페페를 소집해 45분씩 경기를 소화시키며 실전 감각을 점검했고, 유로 2024 최종 명단에 페페를 포함시켰다.


페페(왼쪽),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상 포르투갈). 게티이미지코리아

만약 페페가 유로 2024 경기에 출장하면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 중 최초로 40대에 대회에 나선 선수가 된다. 기존 기록은 독일의 로타어 마테우스가 유로 2000에서 기록한 39세 91일이다. 페페는 이미 41세를 넘겼기 때문에 이 기록을 아득히 뛰어넘을 수 있다. 또한 유로 역사상 최고령 선수인 헝가리 골키퍼 가보르 키라이의 40세 86일 기록도 경신할 수 있다. 다만 골키퍼를 포함할 경우 스코틀랜드의 크레이그 고든이 2개월 가량 생일이 빨라 최고령 타이틀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페페의 다혈질적 성향은 경계 대상이다. 올 시즌에도 스포르팅CP와 리그 경기에서 후반 6분 프리킥을 처리하려는데 뒤에서 마테우스 레이스가 그를 강하게 밀치자 곧바로 팔을 휘둘러 레이스의 얼굴을 가격했다. 레이스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한들 과잉 대응이었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포르투갈 센터백 조합에 심혈을 기울이겠지만, 대회 우승을 노리는 잠룡인 만큼 경기장에서 리더십과 실력을 두루 보여줄 수 있는 페페는 언젠가 활용해야만 하는 선수임이 분명하다. 위에서 언급됐던 돌발 상황들만 없앨 수 있다면 페페는 이번에도 포르투갈의 후방을 지키는 든든한 수호신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다.


▲ 페페
나이 : 41세
소속팀 : 포르투
A매치 기록 : 136경기 8골(1일 현재)
주요 경력 : 유로 토너먼트 베스트팀(2008, 2012, 2016), 유로 2016 결승전 최우수 선수, 유로 2016 우승, 2018-2019 네이션스리그 우승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