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3점포' 박병호, 화끈했던 이적 신고식
[양형석 기자]
▲ 역전 스리런을 날린 박병호 |
ⓒ 삼성 라이온즈 제공 |
삼성이 치열한 난타전 끝에 안방에서 한화에게 짜릿한 재역전 승리를 거뒀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8대 6으로 승리했다. 한화의 6연승 도전을 저지하며 연승을 달리게 된 삼성은 이날 LG 트윈스와의 잠실 라이벌전에서 3대 6으로 패하며 3위로 내려 앉은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1경기로 좁히며 30승 고지에 올랐다(30승1무25패).
삼성은 선발 김대우가 2.1이닝 4피안타 2탈삼진 4실점(1자책)으로 물러났지만 3회부터 등판한 6명의 불펜투수가 6.2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고 4번째 투수 임창민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타석에서는 김지찬이 3안타 3득점, 데이비드 맥키넌과 류지혁이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 28일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 선수가 이적 3경기 만에 대형사고를 쳤다. 결승 3점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한 '국민거포' 박병호가 그 주인공이다.
세월의 흐름을 극복하지 못한 스타들
지금은 방송인이자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는 은퇴 시즌이었던 2022년 타율 .331 179안타 23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881를 기록했다. 은퇴를 앞둔 만 40세 선수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활약이었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 역시 은퇴 시즌에 타율 .280 24홈런 87타점을 기록하며 전설다운 멋진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이대호나 이승엽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 대부분의 선수들은 선수생활 말년에 '에이징커브(나이에 따른 기량하락)'가 찾아오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게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그 속도가 급격하게 찾아오는지 완만하게 찾아오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따라서 아무리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던 스타선수라 하더라도 선수생활 말년의 성적을 보면 과연 그 선수의 기록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초라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 야구사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거액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별명에도 영향을 끼친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2005년을 기점으로 기량이 서서히 하락했다. 이종범은 은퇴 시즌이었던 2011년 타율 .277 3홈런 24타점 27득점으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지만 프로 입단 후 첫 5년 동안 310도루를 기록한 것에 비해 은퇴 전 마지막 5년 동안에는 단 28개의 도루에 그쳤다.
루키 시즌이던 1996년 KBO리그에서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웠던 '리틀쿠바' 박재홍(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프로 입단 후 5년 동안 3번이나 30-30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박재홍은 2000년 타율 .309 32홈런 115타점 101득점 30도루를 기록한 후 30홈런은커녕 한 번도 20홈런 시즌조차 만들지 못했다. 특히 은퇴 직전 3년 동안에는 한 번도 시즌 50안타조차 기록하지 못하고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현역 시절 리그 최고의 '배드볼히터'이자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적토마' 이병규(삼성 수석코치)는 2013년 역대 최고령 타격왕에 등극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LG와 3년 25억 5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이병규는 2014년 62경기 타율 .251, 2015년 54경기 타율 .219로 부진했다. 급기야 은퇴시즌이었던 2016년에는 시즌 내내 한 번도 1군에 오르지 못하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대타안타를 때려내며 현역생활을 마쳤다.
트레이드 3일 만에 확실한 존재감 발휘
현재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기록(472개)은 최정(SSG랜더스)이 보유하고 있지만 역대 최다 홈런왕 기록은 박병호(6회)가 가지고 있다.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이적한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4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독식했다. 홈런왕을 차지한 4년 동안 박병호가 때려낸 홈런은 무려 173개로 그 시절 KBO리그에는 '홈런왕=박병호'가 너무나 당연한 수식어였다.
2015 시즌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해 미국에서 2년 동안 활약한 박병호는 2018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로 복귀했다. 2018년 타율 .345 43홈런 112타점으로 홈런 공동 2위에 오른 박병호는 2019년 33홈런으로 4년 만에 홈런왕 타이틀을 탈환했다. 2020년과 2021년 2할대 초반의 타율에 20개 초반의 홈런으로 주춤했던 박병호는 FA 자격을 얻어 kt로 이적한 2022년 35홈런을 기록하며 통산 6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박병호는 작년에도 타율 .283 18홈런 87타점으로 kt의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다했지만 강백호가 부활하고 멜 로하스 주니어가 복귀한 올해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4월까지 타율 .197 1홈런 7타점의 믿기 힘든 부진에 허덕이던 박병호는 문상철에게 주전 1루수 자리를 내줬고 급기야 지난 28일에는 팀에 방출요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같은 날 좌타 1루수 오재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하게 됐다.
삼성 이적 후 곧바로 1군에 등록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박병호는 29일 전성기를 보낸 키움을 상대로 이적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30일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로 숨을 고른 박병호는 31일 한화전에서 4번 1루수로 출전해 첫 3타석에서 2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그리고 5대 5로 맞서던 6회말 4번째 타석에서 한화의 5번째 투수 김범수를 상대로 결승 3점홈런을 터트리며 야구팬들에게 '국민거포'의 대구입성을 알렸다.
이적 후 4번1루수로 출전한 첫 경기에서 결승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지만 박병호의 시즌 성적은 여전히 타율 .221 5홈런 14타점 13득점 OPS .715로 초라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박병호가 라인업에 포함되면서 우타거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삼성 라인업에 균형이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5월의 마지막날처럼 결정적인 활약을 이어간다면 박병호는 다시 한 번 '에이징커브'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건희 이름 뺀 YTN 부장 "힘있는 쪽 표적 될 필요없어"
- '채상병 수사 외압' 대통령실-국방부 핵심라인, 13일간 총 27회 통화
- 윤 대통령 인척 동생, 대통령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승진
- [단독] 박희영 재판 때마다 용산구청 공무원 평균 15.4명 동행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국회의원회관에 쏟아지는 꽃들, 이거 괜찮습니까?
- 달라진 민희진, 하이브에 화해 제안 "뉴진스 쉬면 서로 손해"
-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 [단독] 최재형 보은군수·공무원 20명 평일 근무시간에 골프
- 윤 정부의 끝없는 '원전' 고집... "어리석다"
- 5·18조사위, 정호용·최세창·최웅·신우식 '내란목적살인' 검찰 고발 의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