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살고있다, 삽질 멈춰라"…전주 삼천 어종 18종→4종 준 까닭

김준희 2024. 6.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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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전주 삼천에서 '우리가 이곳에 살고 있다. 삽질을 멈춰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 "물고기 종류 급감"


전북 전주시가 홍수 예방을 위해 추진 중인 준설 공사 탓에 하천에 서식하는 물고기 종류가 급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전주시는 "물고기가 폐사한 게 아니라 서식지를 옮겼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1일 "모래톱 준설과 버드나무 벌목, 갈대 제거 등 전주시가 추진한 대규모 하천 정비 사업 전후로 전주 삼천 내 어류상(특정 수역에 사는 어류의 모든 종류)을 조사한 결과 마전교 구간은 18종에서 4종, 우림교 구간은 13종에서 3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민·관 협치 기구인 전주생태하천협의회는 지난 4월 6일과 5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삼천교·세내교·우림교·마전교 등 4개 지점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우림교와 마전교 구간에선 피라미·모래무지 등 2∼4종 물고기만 확인됐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마전교는 지난해 10월 6일까지만 해도 참마자·긴몰개·참몰개·동사리 등 고유종을 포함해 18종이 서식했다. 상대적으로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어종인데도 6개월 만에 물고기 종류가 80%가량 줄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5월이 어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산란철인데도 물고기 종류가 줄어든 것은 준설로 하천 바닥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주생태하천협의회·전북환경운동연합이 전주 삼천 내 물고기 종류를 조사한 내용.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준설 안 한 지점 물고기 13종→20종"


전주시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삼천·전주천 11개 구간 15만9611㎡에서 재해 예방을 위한 하도 정비 사업으로 모래톱과 퇴적토를 파냈다. 삼천은 마전교~전주천 합류점 5만5398㎡, 효자교∼마전교 2만5260㎡, 이동교 5948㎡ 등 6개 지점에서 준설을 추진했다.

반면 아직 준설 공사를 하지 않은 삼천교 지점에선 물고기 20종, 우림교 준설 일부 영향을 받은 세내교 지점에선 13종이 확인됐다. 특히 삼천교 지점은 2019년 상반기 조사 때 발견된 13종보다 외려 물고기 종류가 늘었다. 어류학자는 준설 구간 물고기 일부가 상류 쪽으로 피난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익수 전북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상류 수생태계 다양성이 잘 유지돼야 중·하류 준설 구간 생태 복원이 가능하다"며 "하상(하천 위쪽)과 호안(호수 기슭)은 최대한 손대지 않고 자연 하천으로 관리하는 게 삼천 수생태계 복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주시에 전주천·삼천의 고유한 수생태계 특성을 반영한 하천 공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대규모 준설이 물고기와 수서(물속) 곤충 서식 환경을 크게 훼손해 맨눈으로도 보이던 밀어·동사리·모래무지 같은 어류가 사라졌다"며 "공사가 불가피하면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관리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지난달 29일 전주시 삼천에서 이곳에 서식하는 물고기 종류를 확인하기 위해 그물을 던지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시 "하천 범람 막으려면 퇴적토 제거해야"


이에 대해 전주시는 "장마철 범람을 막기 위해 우기가 오기 전 통수(물 흐름) 단면을 확보하고, 도심에서 하천으로 이어진 우수관을 막을 우려가 있는 퇴적토를 제거해야 한다"며 "1년 정도 지나면 상류로 이동했던 물고기가 자연스럽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섭 전주시 하천계획팀장은 "가급적 물고기 산란기인 5월엔 준설을 피하고 있다"며 "내년엔 수생태계 현황을 조사하는 용역을 맡길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전주시 버드나무 벌목·준설 관련 인터넷 주민 감사 신청이 감사 청구 요건(200명)을 충족해 현재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청구인 명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지난해부터 하도 정비 사업을 하면서 버드나무 330여 그루를 벌목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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