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으로 임전무퇴 기상을” 군목의 태동 ‘해군’…영토 4.4배를 수호한다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인 6월. 6·25전쟁과 6·29 제2연평해전 등의 사건으로부터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국민일보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군종목사(군목)의 시초가 됐던 ‘해군’의 군종목사단장을 만나 군 선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군은 바다를 활동무대로 국가를 방위한다. 국내 영토의 약 4.4배가 넓은 영해를 책임진다. 특별히 해군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육·해·공군 가운데 가장 먼저 군목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역사와 달리 현재 해군 군목 규모는 30여명으로, 책임지고 있는 영해에 비해 신앙의 손길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31일 서울 영등포구 해군중앙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김재성 해군군목단장은 “수용 인원이 한정된 함정·잠수함에서 제대로 된 사역을 펼칠 수 없다. 해군 군목들은 육지를 기점으로 사역을 펼치기에 육·해·공군 가운데 군목 인원이 가장 적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되레 곧 해군 군목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군목 간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사회의 빠른 변화를 수용하고 효율적인 사역을 펼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1999년 군에 임관해 25년째 군목의 길을 걸어왔다. 2022년 해군군종목사단장으로 임명돼 6만여명 넘는 해군·해병대 장병의 신앙을 책임지고 있다. 김 단장은 “군인교회는 한국교회 바깥에 있는 교회가 아닌, 연결된 하나의 공동체”라며 “한국교회가 회복되면 군 선교도 당연히 회복될 것이고, 또 군 선교가 회복된다면 한국교회의 부흥으로 이어진다. 많은 관심과 기도도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군목의 역할을 설명한다면.
“군인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있는 전투 현장을 누비는 사람입니다. 군종장교들은 그런 장병들의 정신전력 향상을 돕는 성직자입니다. 또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생관을 확립시키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싸울 수 있도록 신념과 용기를 갖게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특히 군목의 경우 ‘하나님이 우리를 지키신다’고 하는 그 믿음과 신앙이 정신전력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전투 현장의 투사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해군 군목만의 차별점이 있는가.
“해군 군목의 역할은 다른 군의 군목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육군과 공군하고 차이점을 굳이 이야기한다면 ‘전투환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군은 바다에서 전투합니다. 해군은 함정과 잠수함 등을 통해 전투하며, 해병대는 배를 통한 상륙작전을 펼칩니다. 장병 대부분이 육지로부터 격리돼 있습니다. 그렇기에 군목들은 초임 시절 해병대 여단급 부대에서 근무하는 것을 제외하곤 장병들이 전투하는 현장에 가기 쉽지 않습니다. 함정에 탈 수 없으니 육지를 기점으로 사역을 펼칩니다. 군목 인원도 가장 적습니다. 이는 곧 해군 군목의 단점이자 장점인 듯합니다. 해군 군목끼리 서로 친밀합니다. 또 성도들과 장병들과도 서로 가깝게 알 수 있습니다. 인원이 적기 때문에 빠른 변화에 효율적입니다. 제주도 백령도 연평도 등의 섬에서 사역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섬 사역이 어렵긴 하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보람 있는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섬에서 근무하는 장병들과 가족들의 고민과 애환을 느낄 수 있으며 추후 군을 전역하더라도 이 같은 값진 경험을 갖고 다양한 사역을 펼칠 수 있습니다.”
=해군은 가장 최근까지 전투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맞습니다. 최근에는 제1연평해전을 비롯해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있었습니다. 제가 1999년 임관해 연평도로 배치됐는데, 제1연평해전이 일어났던 해였습니다. 부임 당시 이미 제1연평해전은 끝났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속 조치로 여러 긴장이 남아 있었죠. 전투 현장에서 오는 트라우마라는 게 얼마나 큰지 실제로 보면서 경험했습니다. 저 같은 군종장교들이 희생자들의 옆에서 위로하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해군이 군목의 시초라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과 정동제일교회 및 동대문교회 담임인 손정도(1881~1931) 목사님 얘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손 목사님이 해군을 창설한 손원일(1909~1980·사진) 제독의 아버지시거든요. 손 목사님은 과거 시험을 보러 가다가 예수를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됐습니다. 기독교 복음으로 자녀들을 양육했죠. 손 제독은 아버지의 정신들을 이어받았습니다.
중국 상해에서 항해사로 일을 했던 손 제독은 전 세계를 다녔습니다. 손 제독은 서구 열강의 힘이 강력한 해군에 있음을 보고 개인재산을 털어 해군 창설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그렇게 1945년 8월 21일 만들어진 조직이 ‘해사대(海事隊)’라고 하는 조직이에요. 해사대가 나중에 국군조직법에 따라서 해방병단이 되고 해군이 됐지요. 그러니까 대한민국 해군은 국가에서 만든 게 아니라 개인이 만든 겁니다.
손 제독은 조직을 만들면서 해사대 규약에 ‘조직 내에 군목을 둘 수 있다’는 규정을 넣었습니다. 그만큼 기독교 정신으로, 또 복음으로 군을 세워야겠다는 의도가 분명했지요. 초대 해군 참모총장으로 임명된 손 제독은 1948년 이화여고 교목이던 정달빈 목사를 정훈장교로 입대시켜 군목 업무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정 목사는 1949년 2월 5일 용산 국방부 관사에서 최초로 군인교회도 창설했고요. 그 당시의 이름은 용산교회. 저희 군목의 태동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해군과 해병대에서 군목 제도 역사가 깊다. 하지만 여타 육·공군보다 신앙을 지키기 힘든 환경이라는데.
“신앙을 지키기 힘들다는 이유엔 가장 먼저 근무환경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해군은 대부분 작전을 함정과 격오지, 섬 지역, 해상에서 펼치기 때문입니다. 해군 지원율이 요즘 낮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거든요. 또 예배가 필요한 곳에 해군 군목들이 다 갈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육군 같은 경우에는 민간 성직자들이 대대급 교회를 맡아 주시는데, 해군에선 함정에 민간인을 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더욱 성숙하고 단단한 신앙을 키워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본인의 신앙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군 군목단은 최근 설립된 손원일선교센터를 중심으로 초급간부를 평신도 사역자로 세우고자 노력 중입니다. 또 함정 등에서 예배드릴 수 있는 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함정에서 예배를 인도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실제로 함정에선 이 같은 평신도 사역자들을 중심으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지금까지의 해군 선교를 이끌어왔던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육·해·공군·해병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교회의 관심이 정말 필요합니다. 지금 한국교회에서 신앙의 중추인 3040세대가 빠져나가고 있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 세대가 또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요. 근데 한국교회의 현실이 지금 군 선교 현장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 3040세대가 군인교회에선 현역 간부들이에요. 3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이면 거의 대위에서부터 대령까지가 다 포함이 돼요. 부사관에선 중사부터 상·원사까지 다 해당이 되거든요. 이분들 없이는 군 선교가 안 됩니다. 이게 단순히 군인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기 때문에 군인교회와 한국교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거죠.
이제 특별히 해군과 해병대에 관해 얘기하면 이들이 맡는 바다가 면적으로 따지면 육지의 약 4.4배입니다. 그만큼 중요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기도와 후원해 주시면 군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한국교회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세대가 믿기 힘든 요즘이다. 장병들을 위한 응원의 말씀 부탁드린다.
“믿음을 잃기 쉬운 시대라는 말은 곧 믿음을 갖지 않아도 되는 다른 좋은 게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고민해보면 그런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진리로 이끌지 못합니다. 군대만 봐도 알 수 있는 게 과거에 군 생활하신 분들은 지금 군대가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잖아요. 복지나 생활 여건, 월급 등이 좋아졌지만 지금 영내에 있는 장병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복지가 올라가고 월급이 많아졌다고 해서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믿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힘들고 어려운 군대 복무 기간이지만, 오히려 믿음을 잘 회복하고 예수님을 만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최근 군 선교의 모습을 살펴보면, 어렸을 때 신앙생활하고 중고등학교 혹은 청년 때 교회를 떠났지만 군 생활하면서 신앙을 회복한 친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 면에 있어 군 선교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희망이고 또 하나의 기회입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정말 군 선교를 위해 물심양면 아끼지 않고 도와줬기에 오늘날의 군 선교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군인교회는 한국교회 바깥에 있는 교회가 아닌, 연결된 하나의 공동체입니다. 한국교회가 회복되면 군 선교도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고, 또 군인교회가 회복된다면 한국교회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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