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임상종양학회 개막, 올해도 주인공은 ADC…FDA 승인 눈앞 '렉라자' 관심 모아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개막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여전히 항암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이번 학회에서 새로운 약물을 선보인다.
오는 4일까지 열리는 ASCO는 미국암학회(AACR), 유럽종양학회(ESMO)와 더불어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매년 수만 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후기 단계 임상 결과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결과 등이 많이 공개돼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다.
현재 항암치료 시장이 ADC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글로벌 빅 파마들도 큰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올해 ASCO 역시 ADC가 의제의 가장 중심에 서는 모습이다.
ADC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종의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를 정확히 타깃하기 때문이다. ADC는 항체치료제를 기반으로 하는데 기존 항체치료제는 암세포를 찾는 능력은 있지만 실제 항암 면에서는 성장을 억제하거나 면역세포를 끌어들여 암세포를 공격토록 하는 레이더의 역할만을 했다.
ADC는 레이더에 폭탄(세포독성약물)을 붙여 암세포 공격 기능까지 더한 유도미사일이라 할 수 있다. 2년 전 ASCO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ADC 엔허투가 기존에는 표적항암치료가 어려웠던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효력을 발휘한 결과를 발표한 후 봇물 터지듯 ADC 개발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AZ는 올해 ASCO에서도 엔허투 관련 연구를 공개하며 이 같은 열풍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치료 가능한 유방암 환자를 더 늘렸다. 엔허투는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HER)2 단백질을 탐지하는 항체치료제를 기초로 한 약이다. 항체치료제만 있을 때는 HER2가 상당히 많이 나타나야(고발현) 치료 효과가 있었지만, 엔허투는 ADC로 바꿀 경우 2년 전 '저발현' 환자에게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바 있다. 이어 이번 ASCO에서는 HER2가 거의 없는 '초저발현' 환자에도 효능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AZ는 또 다른 유방암·폐암 ADC 다토-DXD의 임상 데이터도 공개한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루닛도 엔허투의 효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자사의 바이오마커 검사 솔루션인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HER2 발현 상태를 더 명확히 파악함으로써 엔허투의 신규 타깃인 초저발현군을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외에도 MSD가 유방암 타깃 ADC인 MK-2870의 결과를 공개하고, 화이자는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애드세트리스의 임상 3상 결과를 내놓는다. 국내 ADC 개발사인 리가켐바이오(구 레고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개발한 ADC인 CS5001은 중국 파트너사인 시스톤파마슈티컬스를 통해 임상 1상 초기 데이터를 공개한다. 리가켐은 또 다른 파트너사인 중국 포순제약이 위암 신약으로 개발 중인 FS-1502의 임상 2상 중간 결과도 내놨다.
ADC를 더 강화한 치료제의 개발 시도도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는 이르다는 점에서 ADC 트렌드는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존슨앤드존슨(J&J)은 이번 ASCO에서 항체·방사성동위원소접합체(ARC)로 개발 중인 JNJ-6420의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다. ARC는 기존 ADC에서 세포독성약물을 방사성동위원소의약품으로 대체해 치료 효능을 끌어올린 유도 '핵미사일'이라 할 수 있다. 결과 분석 대상인 57명 중 1명이 암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했지만 21명이 심각한 치료 관련 이상반응을 겪었고, 4명은 결국 사망하는 등 안전성 면에서 심각한 독성이 확인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다수 참가하는 가운데 유한양행이 가장 기대를 모은다. 유한양행은 J&J에 기술수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J&J의 표적항체치료제 리브리반트와의 병용 요법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노리고 있다.
이번 ASCO에서 다수의 연구 결과를 내놓을 예정으로 이 중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제형과의 병용요법 결과는 주최 측이 선정한 가장 중요한 연구인 '베스트 오브 ASCO'에 꼽혔다. 현재 리브리반트는 병원을 찾아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 제형으로만 개발돼 있어 FDA 승인을 받더라도 시장 확장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집에서 환자가 직접 투약 가능한 피하주사 제형이 개발되면 이 같은 우려는 사라진다.
렉라자에 앞서 첫 국산 FDA 승인 항암제를 노렸지만 좌절을 겪은 HLB의 리보세라닙은 추가 연구 결과를 통해 재기를 노린다. 2022년 ESMO에서 중국 항서제약의 항체치료제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에서 간암 치료제 중 최초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20개월을 넘어선 22.1개월의 결과를 공개했던 데 이어 이번에는 보다 늘어난 23.8개월의 최종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외에도 지아이이노베이션, 티움바이오 등의 기업들이 다양한 연구 결과를 공개할 전망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범죄증거 있으니 당장 연락바람"…대구 기초의원들 딥페이크 협박피해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올해 지구 온도 1.54도↑…기후재앙 마지노선 뚫렸다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