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고평가"…AI 서버 수요 의심 커졌다 [글로벌마켓 A/S]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의 둔화와 일부 대형 종목의 과매도에 따른 막판 매수세에 상승 전환했다.
현지시간 3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03포인트, 0.8% 오른 5,277.51로 올라섰고, 장중 1% 가까운 하락을 보이던 나스닥도 2.06포인트, 0.01% 내린 1만 6,735.01의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편입종목인 세일즈포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주가 회복에 힘입어 하루 만에 574.84포인트, 1.51% 뛴 3만 8,686.32를 기록했다.
● 연준 선호 물가 지표 하락…되살아난 9월 인하 기대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 4월 들어 예상치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2% 상승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0.3%보다 0.1%포인트 낮은 기록이다. 에너지, 식품을 포함한 전체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상승폭과 같은 0.3%로 예상과 같았다.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던 서비스 물가는 0.3%로 0.1%포인트 내렸고, 상품 물가는 0.2%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한 근원 소비지출은 2.8%, 전체 PCE물가는 2.7%로 예상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해 우려하던 연방준비제도 위원들도 이번주 들어 입장 변화를 보였다. 라파엘 보스틱 연준 총재는 전날 애틀랜타 지역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이 천천히 진행되고, 노동시장이 질서있게 안정된다면, 올해 연말, 4분기 금리인하를 실제로 생각하고 준비할 시점으로 본다”고 밝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는 뉴욕경제클럽 연설을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는 더 균형을 이루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 완화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리엄스 총재는 "금리인하를 지지하는지 말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물가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더 낮아지지 않는 신호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가 크게 줄어들면서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2bp 내린 4.502%로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금리인하 예상 시점도 앞당겨졌다. 전날까지 오는 11월 FOMC에서 첫 인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던 시장 참가자들은 53.2%의 확률로 9월부터 인하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AI 서버 마진 사실상 제로"..나스닥 막판 반등에도 하락한 AI 관련주 전세계 인공지능 산업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맞춤형 서버를 제공해온 델 테크놀로지는 이날 오전까지 시장 급락의 원인이 됐다.
델 테크놀로지는 전날 2025 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 222억 4천만 달러, 조정주당순이익 1달러 27센트로 시장 기대를 넘어선 호실적을 공개했다. 주요 사업부문인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 매출은 92억 2,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 성장했는데, 이 가운데 AI 최적화 서버 매출이 배로 늘어 17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월가는 이러한 실적이 실제로는 알멩이가 없는 성과라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모닝스타는 "AI 최적화 서버의 수익 기여 비중이 낮고 마진을 희석시키고 있다"면서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약 7%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 역시 컨퍼런스 콜에서 "AI 서버로 17억 달러를 더 벌어들였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델의 AI 맞춤형 서버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마진으로 판매되고 있다"면서 "인플라솔루션그룹의 마진이 전년대비 줄어든 점은 근본적으로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델 테크놀로지는 주력인 PC사업의 회복도 더디게 진행되면서 월가의 이러한 우려를 덜어내지 못했다. 지난 분기 클라이언스 솔루션 그룹은 119억 6,700만 달러 매출로 0%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델은 이날 하루 17.87% 급락했고,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5.25%로 하락을 이어갔다. 인공지능 서버와 세일즈포스, 몽고DB 등 소프트웨어 제공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보고가 잇따르면서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들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막판 낙폭을 줄였음에도 -0.79% 조정을 이어갔고, TSMC는 -1.25%, 브로드컴은 -2.6% 빠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인덱스는 이날 하루 -0.96% 내린 5,123.36에 그쳤다.
● OPEC+, 선택지 없다…유가 하락폭 확대 오는 2일(미 동부시간 기준) 전세계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6월 정례 회의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OPEC+ 에너지 장관들도 초대를 받았다.
OPEC+는 현재 전세계 수요의 5.7% 규모인 하루 586만 배럴의 감산을 시행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하루 220만 배럴의 추가 감산을 포함한 것으로 오는 6월말 종료를 앞둔 정책 결정을 앞두고 있다. 하루 366만 배럴의 감산량 가운데 일부를 내년까지, 또는 자발적 감산 가운데 일부를 하반기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러한 논의에 대해 원자재 분석기관과 트레이더들은 산유국들이 도출하기 어려운 복잡한 협상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 분석기관인 에너지 어스펙츠의 리처드 브론즈 지정학 책임은 "산유국이 감산을 완화한다면 원유 가격은 크게 하락학 위험이 있다"면서 회원국들의 불만 핵심인 생산량 제한 논의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앙골라가 이미 작년 12월 회원국 탈퇴에 나섰고,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 등은 추가 생산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가이아나 등 OPEC이 통제하기 어려운 나라들의 생산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미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559달러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이는 원유 기업들의 증산과 미 정부의 비축유 해제 등에 따른 결과다. 마라톤오일과 발레로 등은 지난 4월 시설 점검을 마치고 5월부터 여름까지 각각 94%, 95%까지 가동률을 높일 전망이다.
높은 변동성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압박하던 유가는 이런 여건에서 이번 주 내내 약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0.82% 내린 배럴당 77.27달러까지 하락했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