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목욕·광합성 영상 936만명 봤다…'반려돌 아버지'된 김대리

김서원 2024. 6.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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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성(35) 온양석산 대리는 "동글동글한 반려돌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돌에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달 4일 김 대리가 일하는 충남 아산 석재회사 온양석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서원 기자


" “변덕스러운 세상에 변하지 않는 돌(石)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
지난달 4일 충남 아산에 있는 석재회사 온양석산에서 만난 김명성(35) 대리는 “쫓아가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동글동글한 반려돌만큼은 어제도, 오늘도 항상 그 자리에서 내 옆을 지켜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반려돌 인기를 견인한 주인공이다. 커다란 고무 대야에 물을 받아 돌을 직접 씻고 햇볕에 말리는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조회수 936만회를 넘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 이 회사에서 내놓은 1만원 상당의 반려돌 세트 300개는 출시 40초 만에 완판됐다. 수익금은 전액 기부했다. 인기에 힘입어 이르면 다음 달 작은 반려돌로 만든 열쇠고리 세트 판매도 기획 중이다.

온양석산은 원래 무늬가 있는 조경용 돌인 온양석을 주로 판매하던 회사다. 건설 경기를 많이 타다 보니 2년 전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출이 3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기자도 동글동글한 화강석을 손에 쥐어보았다. 한 손에 쏙 들어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김서원 기자


돌을 홍보하기 위해 SNS에 돌 씻는 영상을 올렸다가 회사는 ‘반려돌 성지’로 입소문을 탔다. 최근엔 일반 석재를 소량 주문하는 사람이 늘었고, 월 매출도 1억원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이날도 영상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김 대리가 반려돌로 팔았던 작은 돌멩이들은 조경용 석제품 샘플이다. 색이 예쁘고 표면이 반질반질한 돌만 골라 방문한 손님들에게 하나씩 나눠준 게 이 회사 반려돌의 시초가 됐다. 일부러 돌을 깎거나 인위적으로 모양을 내진 않는다. 김 대리는 “크기 3~4㎝, 무게 50g짜리 동글동글한 이른바 에그스톤이 가장 인기 있다”며 “까다롭게 선별한 돌을 물에 씻고 건조 시킨 뒤 둥지에 잘 담아 세트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리에게 반려돌을 잘 키우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자연생이다보니 따뜻한 물보단 10도 이하의 찬물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색이 바랠 수 있어 자연광보단 서늘한 그늘에 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줄에 매달아 땅에 끌고 다니는 산책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단단해서 웬만한 충격으로는 잘 깨지지 않겠지만 표면에 상처가 날 수 있으니 주머니에 넣고 다니라”고 조언했다.

김명성 온양석산 대리는 "따뜻한 물보다 찬물로 목욕시키고, 자연광보다 서늘한 그늘에 둬라"며 반려돌 키우는 법을 조언했다. 김서원 기자


가장 키우기 쉬운 돌은 화강석이라고 한다. 가장 흔하면서도 석영(이산화규소로 이뤄진 규산염 광물) 재질로 강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돌로는 석회석을 꼽았다. “예쁘긴 하지만 대리석처럼 잘 깨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온도 25도, 습도 40% 수준을 잘 유지해야 하고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목욕해선 안 된다고 한다.

김 대리는 인터뷰 내내 돌을 쓰다듬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반려돌로 각질 제거는 절대 하지 말아달라”며 “돌이 엄청 슬퍼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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