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목욕·광합성 영상 936만명 봤다…'반려돌 아버지'된 김대리
" “변덕스러운 세상에 변하지 않는 돌(石)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
지난달 4일 충남 아산에 있는 석재회사 온양석산에서 만난 김명성(35) 대리는 “쫓아가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동글동글한 반려돌만큼은 어제도, 오늘도 항상 그 자리에서 내 옆을 지켜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반려돌 인기를 견인한 주인공이다. 커다란 고무 대야에 물을 받아 돌을 직접 씻고 햇볕에 말리는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조회수 936만회를 넘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 이 회사에서 내놓은 1만원 상당의 반려돌 세트 300개는 출시 40초 만에 완판됐다. 수익금은 전액 기부했다. 인기에 힘입어 이르면 다음 달 작은 반려돌로 만든 열쇠고리 세트 판매도 기획 중이다.
온양석산은 원래 무늬가 있는 조경용 돌인 온양석을 주로 판매하던 회사다. 건설 경기를 많이 타다 보니 2년 전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출이 3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돌을 홍보하기 위해 SNS에 돌 씻는 영상을 올렸다가 회사는 ‘반려돌 성지’로 입소문을 탔다. 최근엔 일반 석재를 소량 주문하는 사람이 늘었고, 월 매출도 1억원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이날도 영상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김 대리가 반려돌로 팔았던 작은 돌멩이들은 조경용 석제품 샘플이다. 색이 예쁘고 표면이 반질반질한 돌만 골라 방문한 손님들에게 하나씩 나눠준 게 이 회사 반려돌의 시초가 됐다. 일부러 돌을 깎거나 인위적으로 모양을 내진 않는다. 김 대리는 “크기 3~4㎝, 무게 50g짜리 동글동글한 이른바 에그스톤이 가장 인기 있다”며 “까다롭게 선별한 돌을 물에 씻고 건조 시킨 뒤 둥지에 잘 담아 세트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리에게 반려돌을 잘 키우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자연생이다보니 따뜻한 물보단 10도 이하의 찬물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색이 바랠 수 있어 자연광보단 서늘한 그늘에 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줄에 매달아 땅에 끌고 다니는 산책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단단해서 웬만한 충격으로는 잘 깨지지 않겠지만 표면에 상처가 날 수 있으니 주머니에 넣고 다니라”고 조언했다.
가장 키우기 쉬운 돌은 화강석이라고 한다. 가장 흔하면서도 석영(이산화규소로 이뤄진 규산염 광물) 재질로 강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돌로는 석회석을 꼽았다. “예쁘긴 하지만 대리석처럼 잘 깨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온도 25도, 습도 40% 수준을 잘 유지해야 하고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목욕해선 안 된다고 한다.
김 대리는 인터뷰 내내 돌을 쓰다듬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반려돌로 각질 제거는 절대 하지 말아달라”며 “돌이 엄청 슬퍼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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