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역학생 뽑아도 결국 서울 간다"…의대생 '역외유출' 한숨 [지역의대 전성시대]
낙후된 지역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정원이 대폭 늘어난 비수도권 의과대학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인재전형이 확대되면서 ‘지역 출신 의사’의 수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만, 대학 내부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료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역 의대 졸업 후 결국 수도권으로
지역별 격차는 더 두드러졌다. 지난해 타 권역으로 이탈한 인턴의 비율은 경북 94.9%, 울산 88.6%, 강원 73.4% 등으로 지방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수도권 이탈률은 서울 1.8%, 인천 2.4%, 경기 4.9% 등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총장은 “우리 대학의 부속병원 수련의(인턴) 정원보다 의대 졸업생 수가 더 많다”며 “서울은 상황이 정반대라서 구조적으로 서울로의 이탈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의대생 더 많지만, 수련병원은 수도권 집중
병원의 숫자뿐 아니라 정원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컸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은 인턴 정원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기준으로 서울아산병원(101명)·신촌세브란스병원(89명)·서울대병원(83명)·삼성서울병원(76명) 등이다. 반면 경상국립대병원(38명)·충북대병원(30명)·강원대병원(25명)·제주대병원(22명) 등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은 배정된 정원이 적었다. 현재 수련병원의 정원은 수평위와 각 전문과목 학회가 병원의 수련 환경과 제반 여건 등을 심사해 결정한다.
레지던트 정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정원 비율은 5.5대 4.5로 수도권이 더 높다. 지난해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수도권 의대(13곳)의 입학생 정원이 1035명(34.1%)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의대생은 비수도권이 더 많은데도 전공의 정원은 수도권이 더 많은 상황인 셈이다. 지역 의대 위주로 입학생이 늘어나는 2025학년도부터는 이런 불균형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구조적으로 서울 이탈 유도, 지역 수련환경 개선해야”
지역 의대생들의 ‘역외유출’에 대한 학생과 학교 간의 입장차는 크다. 충청권 의대를 졸업한 후 수도권에서 인턴 과정을 밟은 김모씨는 “환자도 많고 실습 시설도 서울이 좋다 보니 더 좋은 기술을 배우기 위해선 서울로 가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북의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서울에 일자리가 많으면 청년들이 죄다 서울로 몰리는 것과 비슷한 문제”라면서 “학생들의 지원율이 낮다는 이유로 정원을 적게 배정해줄 것이 아니라 수도권 정원을 줄이고 비수도권 정원을 늘려 지역 의대생들의 유출을 막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지역의대-지역수련병원-지역취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립대 의과대학 학장은 “앞으로 지역인재로 뽑은 학생들이 더 늘어나는 만큼 이들이 이탈하지 않고 지역에서 수련을 받고 정주할 수 있도록 지역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수련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람·최민지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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