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때린 홍준표 떠오른다…'안철수 저격수' 김태흠 속내
김태흠 충남지사는 요즘 ‘안철수 저격수’로 통한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한 채상병 특검법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 찬성한 걸 김 지사가 연일 비판하면서다.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에서 “당론과 소신이 안 맞는다고 하면 굳이 언론에 공개할 필요 없이 그냥 투표하면 된다. 그런데 관심받고 싶어서 폼생폼사의 정치를 한다”고 안 의원을 비난했다. 그는 “무기명 투표에서 조용히 본인의 소신을 밝히면 되는데, 소신과 철학보다도 ‘정치 쇼’를 하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채상병 특검법안 폐기를 이끌어냈다. 줄곧 특검 찬성 의사를 밝혀온 안 의원은 본회의 후 취재진에 “소신대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특검을 공개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 의원을 비롯해 5명이었다.
김 지사는 라디오 진행자가 ‘왜 안 의원만 콕 집어서 강하게 비판했냐’고 묻자 “(안 의원이) 보수의 가치와 죽은 채 상병의 명예를 운운한 건 해괴한 논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특검법에 또 찬성표를 던지면) 당을 나가야 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당론을 이탈)하면 정체성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재표결 전날인 지난달 27일에도 “헛소리 하려면 당을 떠나서 하라”며 안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려 망나니 뛰듯 부화뇌동하는 당신이 야당보다 더 나쁘다”, “윤석열 정부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능력도 안 되면서 대통령 꿈만 좇지 말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우선” 등의 표현을 SNS에 쏟아냈다.
그간 김 지사와 안 의원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원근(遠近)을 적절히 유지한 사이였다. 김 지사는 2012년 대선 초반 무소속 후보로 뛰던 안 의원을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없이 살아온 오렌지족의 전형”으로 비난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3·8 전당대회 직전엔 화기애애하게 차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안 의원이 김 지사가 있는 충남도청으로 찾아와 “대전 명예시민”이라고 하자 김 지사가 “(충남) 명예도민이라도 지정해 드려야겠다”고 덕담을 나눴다. 지난달 초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는 두 사람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 출마를 반대한 것이다.
여권에선 김 지사의 저격수 역할을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존재감 과시 행위로 보고 있다. “김 지사가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주자를 저격하는 방식으로 중앙 정치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최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연일 때려 주목받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과 김 지사는 둘 다 여의도를 무대로 오래 활동한 현역 단체장”이라며 “홍 시장의 시선집중 전략과 김 지사의 행보는 닮았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안 의원을 비판한 지난달 30일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이준석(개혁신당 의원)하고 둘이 똑같더라. 국민들한테 사진 찍히는 거 좋아하고 관종인 게 비슷하다”고 혹평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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