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식 기자의 느낌표!] 유해도서 문제없다니… 거센 논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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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간행물윤리위윈회(간윤위)가 시민단체들이 유해도서로 지적한 책들에 대해 대부분 '문제없음'이라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기자가 살펴본 내용과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을 종합해 간윤위 결정의 문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간윤위 결정의 근거는 '일부 선정적인 장면, 폭력적인 면을 수록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할 때' 유해성이 없다는 것이다.
간윤위는 만 19세 미만인 자 중 고등학생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사유로 '유해성 없음'이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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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간행물윤리위윈회(간윤위)가 시민단체들이 유해도서로 지적한 책들에 대해 대부분 ‘문제없음’이라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원래 심의 자체를 하지 않다가 본보 보도와 시민단체들의 거듭된 요구에 마지못해 심의를 진행한 결과였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간윤위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자가 살펴본 내용과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을 종합해 간윤위 결정의 문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간윤위 결정의 근거는 ‘일부 선정적인 장면, 폭력적인 면을 수록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할 때’ 유해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간윤위 자체 심의규정 제1조(일반심의기준)의 제4호에 의거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심의기준 제2호에는 양적·질적 정도와 비중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소위원회 회의록에는 각 도서의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록하고 있다. ‘유해성 없음’으로 결정된 도서들에는 유해도서로 결정된 도서들에 비해 개별심의기준에 저촉되는 문구가 양적 측면에서 더 많이 있다. 문제 되는 부분의 내용이 유해도서로 결정된 도서 내용과 비교해 볼 때 질적인 정도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결국 간윤위가 일부 규정에만 집중해 편향적으로 결정을 내렸고 또 다른 규정은 애써 무시한 측면이 있다.
간윤위 심의 기준을 보면 ‘전체적인 맥락’과 더불어 ‘종합적’으로 유해성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적시하고 있다. 전자가 아닌 후자에 중점을 둔다면 결정은 얼마든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소회의록에 기록된 결정 근거에는 전체적인 맥락이라는 단어 이외에 어떤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전체적인 맥락이라는 단어 하나에 의존해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의심이 드는 이유다.
현재 청소년보호법 제9조에 따르면 연령 구분이 없고 ‘만 19세 미만’에게 유해한지 판단할 권한만 있다. 간윤위는 만 19세 미만인 자 중 고등학생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사유로 ‘유해성 없음’이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만 19세 미만인 자라는 것은 만 8세 이상 만 13세 미만의 초등학생, 만 13세 이상 만 17세 미만의 중학생을 모두 포함한다. 이 가운데 일부에게라도 유해하게 보인다면 유해도서로 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미만’이라는 단어의 논리적 포함관계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결정한 것이다.
간윤위 인적 구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간윤위 내에는 정기적으로 소집되는 위원회가 존재한다. 위원회에선 도서 심의 등 주요 사안들이 결정된다. 출판법시행령 제11조의 각호에 근거해 위원회에 들어갈 위원들이 추천된다. 문제는 위원회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인사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가령 위원으로 들어가 있는 출판학회 학술이사의 경우 출판계와 교류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모든 학회에는 관련 업계 실무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판학회 소속 학자는 출판업 종사자(편집장, 사장 등)와 긴밀한 이해관계를 공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위치에 있는 위원이 유해도서들을 비롯한 도서들을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회피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부위원장으로 있는 성평등지원센터장도 문제 될 수 있다. 성평등지원센터는 기관명에서도 드러나듯 젠더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단체로 여겨진다. 이에 자유로운 성 내용을 담고 있는 유해도서들을 용인할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인적 구성이 바뀌지 않는 한, 석연치 않은 결정은 앞으로도 계속 내려질 수 있다.
다음세대는 미래의 중추다. 이들이 건전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는 건 기성세대의 의무다. 무분별한 표현의 자유 이전에 건전한 윤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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