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책의 사람들’은 함께 읽는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출근길 지하철에서 승객들의 책 읽는 풍경이 종종 포착된다. 어느 날인가는 열차 한 칸에 거의 10여명의 사람들이 책을 편 채 독서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독서는 전염되는 걸까. 옆사람이 책을 꺼내 읽으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 옆사람도 책을 펼치곤 한다. 요즘엔 종이책뿐 아니라 모바일이나 전자책으로도 무엇인가를 읽고 있으니 독서 열기는 자못 뜨거운 셈이다.
이쯤 되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의문이 생긴다. 이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가량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찾아간 동네 도서관에 사람이 꽤 많았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독서실태 조사에서 종교별 조사는 없었다. 적어도 ‘책의 사람들’이라 불리는 기독교인들은 평균 독서율을 웃돌기를 희망한다. 기독교인들이 누구인가. ‘오직 성경’이라는 종교개혁 원리에 따라 성경을 읽고 또 읽으며 묵상하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아닌가. 요즘엔 ‘쓰는 사람들’이 된 듯 성경을 일일이 필사하는 신자도 많다. 읽을 때와 쓸 때, 그리고 그룹이나 공동체로 모여 함께 성경을 읽고 낭독할 때 성경의 텍스트는 살아서 우리 영혼과 마음을 형성한다.
함께 읽는 책은 성경뿐 아니라 2000년 기독교 역사 속에서 자리 잡은 고전을 비롯해 신학과 경건 서적, 인문학 등 일반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물론 함께 모여 책을 읽는 건 아직 흔한 일은 아니다.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책 관련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참여 등 ‘독서 활동’을 해본 성인은 4.7%에 그쳤다. 그런데도 뭉쳐서 책을 읽는 신자들에겐 이유가 있다. 신앙 성장과 성찰, 가치관 확장을 위해 모여 읽는다는 점이다. 책을 함께 읽으니 완독하는 기쁨과 동기부여는 덤이다.
이렇게 그룹으로 읽게 되면 어려운 책도 독파할 수 있다. 모임에 따라 발제자의 수고로 요약본을 읽거나 해설을 듣고 토론하면 내용 파악이 더 쉽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일보 취재를 보면 독서 모임 중엔 신학생이나 목회자들이 많았다. 서울의 한 목회자 독서모임에서는 정기적으로 다양한 책을 읽으며 토론한다. 이들은 책만 읽지 않고 영화도 함께 보며 교회 밖 세상을 읽는 데도 힘쓴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목회자들은 설교 강단도 그만큼 풍성해지고 이는 신자들의 신앙생활도 건강하게 할 것이다. 한국의 ‘찰스 스펄전’이란 별칭을 가진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탁월한 예화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예화는 설교의 내용을 더욱 분명하게 하고 신자들을 집중시키는데 그 이유는 다른 설교자들이 읽지 않는 책들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깊이 있는 연구와 공부를 통해 얻은 결과인 셈이다.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는 18세기 말 당시 감리교인들이 열심히 독서하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그는 신자들이 독서에 열심을 내지 않으면 그들이 신앙 안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기독교인 개인과 교회 공동체의 성숙에 고전 읽기가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그 실천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기독교 안에는 독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일부 목회자들은 교인들의 책 읽기를 이른바 ‘머리만 커진다’며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신앙은 머리와 가슴,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지성을 소홀히 한 나머지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서 어떻게 고립돼가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고 있다. 책 대신 ‘카톡교’나 ‘유튜브 신앙’에 빠진 채 유리, 방황하는 신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번 독서실태 조사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독서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이 더 심각하다. 시니어 세대가 성숙한 삶의 방편인 책 읽기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본이 되기를 바라본다.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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