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목적으로 대하기 vs 수단으로 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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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칸트의 언명은 유명하다.
실제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는 수단으로 대하는 것과 목적으로 대하는 것의 비율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그래서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는 칸트 주장의 정확한 표현은 '수단으로만 대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수단으로 대하는 비율을 낮추고 목적으로 대하는 비율을 높이려 노력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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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칸트의 언명은 유명하다. ‘목적으로 대한다’는 건 관계에서 상대방이란 존재 자체, 상대방과의 관계 자체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 사람을 알아두면 도움을 받을 듯해서, 혹은 그 사람과의 관계 덕에 내가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등 관계 외의 요인이 개입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목적으로 대한다’의 대립항은 ‘수단으로 대한다’인데,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는 태도가 극단화한 것이 바로 갑질이다. 요즘 드라마는 놀라우리만치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는 내용이 등장하곤 한다. 우리의 일상적 감각이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는 문제에 그만큼 둔감해졌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사람은 수단으로 대우받는 것을 근본적으로 싫어한다. 상대방이 나를 돈 버는 기계로, 밥 차려주는 사람으로, 용돈 주는 사람으로 본다는 한탄은 모두 수단으로 대우받는다는 한탄이다. “당신, 내가 벌어다 주는 돈 말고 나에게 관심이나 있어?”라는 말은 나를 돈 버는 사람으로만 보지 말고 나라는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비명이다.
우리는 모두 100% 목적으로 대우받고 싶지만 인간인 한 누구도 타인을 100% 목적으로만 대할 수는 없다. 사람의 마음에는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위한 욕심이 끼어들기 마련이어서 그렇다. 가장 숭고한 인간관계라 할 부모-자식 관계에조차 다른 마음이 끼어든다.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라는 말은 자녀를 수단으로 대하는 측면이 있었음을 고백하는 말이다. 정말 해주고 싶어서 해준 것이라면 본전 생각이 난다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실제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는 수단으로 대하는 것과 목적으로 대하는 것의 비율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그래서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는 칸트 주장의 정확한 표현은 ‘수단으로만 대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수단으로 대하는 비율을 낮추고 목적으로 대하는 비율을 높이려 노력하는 것뿐이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서로 인사를 하는 것은 서로를 수단으로만 대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인간은 자신이 목적으로 대우받지 않는 것을 예민하게 느끼는 존재이다. 목적으로 대우받지 않는 만큼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존재이다. 사랑하면 우리는 상대방을 수단으로 대하려는 자신의 욕심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을 조금이나마 수단으로 여기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그 마음을 지속해서 내려놓게 된다. 결국,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이다.
인간은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잘 활용하는 노하우(?)가 횡행하는 세상에서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타인이 나를 목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서운함에만 매몰되지 않고 혹시나 자신이 타인을 목적으로 대하지 못하는 측면은 없는지 살피는 일은 어렵지만 귀한 일이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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