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의대 증원 멈춰” … 부·울·경 의사들, 촛불 들다

정부 사과 및 원점 재검토 촉구

부산, 울산, 경남지역 의사들이 지난 30일 저녁 부산 해운대 구남로광장에 모여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의사회는 “대한민국 의료는 원가의 80%에도 못 미치는 의료비용 지급이란 엉터리 건강보험 수가에도 의사들의 희생으로 유지돼 왔다”며 “끊임없이 건강보험 수가 정상화를 요구하고 의사에 대한 무분별한 민형사상 책임 강제를 시정해 달라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하는 개혁 대상으로 선전하며 국민과 의사들을 갈라치기 했고 우리 의사들은 코로나 영웅에서 욕받이로 전락했다”며 “이에 전공의와 젊은 의사들은 병원을 사직하고 의대생은 휴학을 결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성토했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의사회 회원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경남도의사회]

이들은 “젊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각자의 일터와 배움터를 떠난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일방 추진하고 2025년 대학 입학전형을 확정 발표했다”며 “대한민국 의료가 사망 직전의 상태인 코드블루가 됐다”고도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각자의 업무를 멈추고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에 들어가야 한다”며 “우리 손으로 살려야 한다. 그래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과 엉터리 정책 추진을 멈추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교수, 전공의, 봉직의, 개원의 등 모든 직역 의사들이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미래 의료 주역인 젊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관 경남도의사회 회장(왼쪽 두 번째)이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의대 정원 확대 정책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경남도의사회]

연대 발언에 나선 김민관 경남도의사회 회장은 “먼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전공의들이 사직해 중증 질환 치료 중인 국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 드려 죄송하단 말부터 전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내년도 대학입시 요강이 발표됐고 백척간두에 서 있던 대한민국 의료현실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며 “이날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의료현장 파국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전공의도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 의대생도 교실로 돌아가고 싶다”며 “그러나 이렇게는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먼저 진정한 사과를 하고, 의대 정원 확대가 진짜 필요한 게 맞는지 제대로 다시 검토하고 대한민국 필수 의료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만이 우리 어린 후배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고 그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부울경 의사회 촛불집회가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경남도의사회]

이날 촛불집회에는 김태진 부산의사회 회장, 김양국 울산의사회장, 김민관 경남의사회 회장, 오세욱 부산의대 교수협의회 회장, 김보석 부산의사회 부회장, 박경범 경남의사회 부회장, 김재연 삼성창원병원 전공의. 허동 인제대 부산백병원 전공의 등을 비롯한 부울경 지역 의사 1000여명이 참석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