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할아버지가 자꾸 과일을 주네요”[아살세]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을 여행하던 한 유튜버 가족. 현지 시장을 방문했는데, 과일 가판대 주인이 손짓을 합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주인은 돌연 자몽 껍질을 까더니 가족들 손에 하나씩 쥐여주기 시작했죠. 단순히 호객행위라기에는 최상급 자몽만 자꾸 건네줍니다. “아일라”라고 반복해 말하면서요.
이는 최근 유튜브 채널 ‘미세스다르’에 올라온 영상 속 한 장면입니다. 미세스다르는 탄자니아에 거주하는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채널로, 부부와 두 딸의 단란한 일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튀르키에 여행 브이로그가 올라왔는데요. 이 장면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하며, 영상은 31일 기준 123만회를 돌파했습니다.
네티즌의 눈길을 끈 건 과일 가판대 주인의 친절한 모습이었습니다. 주인은 자몽 껍질을 까서 가족들 양손에 쥐여주고, 더 있다는 듯 자꾸 손짓을 하더니, 아이가 손을 닦으려 하자 재빨리 판매 중인 과일의 포장지를 벗겼죠. 그러곤 이걸로 닦으라는 듯 포장지 뭉치를 아이에게 건넸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곧바로 오렌지 껍질을 까기 시작한 주인. 가족들이 “괜찮다”고 손사래를 친 뒤에야 선물 공세가 끝났습니다. 마지막에는 어디선가 생수를 구해와 가족이 손을 닦을 수 있도록 해줬고요.
그런데 이 주인이 과일을 까는 내내 반복해 말한 단어가 있었습니다. “아일라.” 특히 두 딸 중 작은 아이를 가리키며 “아일라”라고 계속 언급했죠. 부부가 이 단어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자, 주인은 구글 번역기를 통해 “영화 ‘아일라’를 꼭 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러분은 매우 귀중한 사람들입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부부는 이처럼 친절한 모습에 큰 감명을 받은 듯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조금 전 상황이 이들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던 건, 주인이 “한국에서 왔다”는 이들의 말을 듣고 보인 행동 때문이었죠. 주인은 ‘한국’이라는 단어에 입술을 매만지며 잠시간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결국 다음 날 아침 여행 중에도 영화 ‘아일라’를 보게 된 부부. 아일라는 잘 알려진 것처럼,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한국으로 파병된 튀르키예 군인 ‘슐레이만’과 5살 한국인 소녀의 실화를 담은 영화입니다. 슐레이만은 전쟁고아인 소녀를 거둬 자식처럼 길렀고, 이후 고향으로 돌아간 뒤에도 소녀와 재회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죠. 이후 두 사람은 2010년 한국 방송사의 도움으로 60년 만에 재회했는데요. 영화 제목인 ‘아일라’는 슐레이만이 소녀에게 지어준 이름으로, ‘달’이라는 뜻입니다. 소녀가 달을 닮았다며 붙여준 이름이죠. 슐레이만은 2017년 ‘딸’ 아일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부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내는 작은 딸을 가리키며 영화 속 아일라 역을 맡은 배우가 딸과 많이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 영상에는 “튀르키예 참전 용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주인의 친절함에 울컥한다. 영화를 꼭 봐야겠다” “인류애 돋는 영상” “가슴이 뭉클하다” “감사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을 남긴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한 것은 과거의 인연을 잊지 않은 튀르키예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었습니다. 국경을 넘어 인연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네티즌들은 말했죠.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아도 친절함을 베풀고, 그 친절함에 감사할 줄 아는 주인과 가족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고작 9분짜리, 낯선 튀르키예 할아버지가 등장할 뿐인 영상. 100만명을 감동시킨 이 영상의 힘은 어쩌면 시간도, 국경도,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은 이들의 ‘진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요.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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