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빗썸 1분기 ‘훨훨’ 날았는데…
올해 초 비트코인 랠리에 힘입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연달아 호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양대 산맥 두나무(업비트)와 빗썸코리아(빗썸)의 1분기 매출·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50% 이상 뛰었다. 일각에서 올해 실적을 두고 최대 호황기였던 2021년을 소환한다. 다만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성급한 예상’이라며 경계한다. 1분기 실적을 이끈 호재 효과가 사그라들며 비트코인 가격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이 급등락을 반복 중이기 때문이다. 쟁글 리서치팀도 최근 보고서에서 “매크로 환경과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은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이은 호재로 거래량 급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1위(거래량 기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말 그대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매출(1조154억원)의 절반을 벌어들였다. 1분기 매출은 5311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8% 늘었다. 최대 호황기였던 2021년 1분기(5981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1분기 영업이익은 3356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52.2% 증가했다. 고객의 코인 매매 용도 예치금 규모도 6조322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9486억원) 대비 60% 이상 늘었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 빗썸코리아도 호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빗썸은 1분기에만 매출 1382억원, 영업이익 62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호실적 배경은 단순하다. 가상자산 투심에 힘입어 거래량이 늘었고 당연히 거래 수수료가 급증한 덕분이다. 두나무와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매출 98% 이상이 거래 수수료로 발생한다. ‘가상자산 투심’이 실적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셈이다.
실제 올해 초 가상자산 시장 투자 심리는 매우 뜨거웠다. 연이은 호재가 투자심리를 들썩이게 했다. 지난 1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소식이 대표 사례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ETF다. 승인 발표 한 달 뒤인 2월을 기점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오름세가 감지됐다. 케네스 워싱턴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당시 리포트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 당시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으로 바뀌었다”며 “비트코인 ETF가 코인 시장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통상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가격은 비트코인의 견인 효과를 받기 때문이다.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상당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도 급등했다. 가상자산 정보 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두나무) 거래량은 1월 초 24억달러 수준이던 것이 2월 말 95억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빗썸도 19억달러에서 23억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1분기 호재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4월 예정됐던 비트코인 반감기가 1분기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을 의미한다. 전체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된 비트코인은 대략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게끔 설계됐다.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급이 줄면 가격은 자연히 오른다’는 논리가 반감기를 비트코인 호재로 보는 주요 근거다. 그간 비트코인 반감기는 총 3차례 있었는데, 반감기 직후 공통적으로 가격이 올랐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심리가 1분기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투심 훈풍으로 이어졌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두나무 관계자는 “매출·영업이익 증가는 올해 1월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 심리 회복에 따라 거래량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K거래소 실적 랠리
다만 올해 1분기 수준 호실적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1분기 가상자산 시장을 강타했던 ‘비트코인 현물 ETF’ ‘반감기’ 호재 효과는 사그라들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당장 거래량으로도 드러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은 3월 정점을 찍은 뒤 우하향 추세다. 가상자산 정보 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3월 초 150억달러를 훌쩍 넘겼던 업비트 거래량은 5월 초 기준 10억달러 밑까지 내려왔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도 마찬가지다. 2월 말 23억달러 수준이던 거래량은 계속해서 떨어져 5월 초 6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 호재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띠며 거래량도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정점 대비로는 아쉬운 수준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SEC에 등록된 13F 보고서를 통해 기관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보유 사실과 또 다른 가상자산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소식에 힘입어 올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알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대형 호재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더라도 신규 자금 유입 가능성은 적다”며 “시장 기대감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반면 가상자산 투심을 막고 있는 고금리 매크로 환경은 지속되고 있다. 통상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 투심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유동성에 힘입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자금이 유입됐던 2021년과 정반대 상황이다. 더군다나 향후 금리 인하 시점도 불확실하다는 게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뒤로 밀리고 있다. 시장은 9월을 유력한 인하 시점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역시 확신할 수 없다. 미셸 보먼 미국 Fed 이사는 5월 17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 은행가 협회 연설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진전을 멈추거나 다시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면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인상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향후 3~5개월 동안 (물가) 데이터가 계속 둔화된다면 올해 말쯤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올해 남은 유일한 대형 호재로 ‘11월 미국 대선’을 꼽는 의견도 상당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야 가상자산 시장에 붐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지지자들과 저녁 자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가상자산에 대한 적대감을 멈추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Fed 의사 결정에 대통령 의사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 경우 가상자산 시장 반사이익을 점치는 전문가가 대다수다. 달러 신뢰도가 떨어지면 대안적 가치 수단인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수요가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당선 시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가할 시 인플레이션 통제력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달러 기반 금융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것은 비트코인에 우호적”이라고 내다봤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1호 (2024.05.28~2024.06.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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