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창고 시대…‘셀프스토리지’ 아시나요 [TREND]
도심 곳곳에 ‘나만의 창고’를 가질 수 있는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부피가 큰 취미 용품이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 등을 집 근처 다른 곳에서 장기간 보관하고자 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진단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건물 내 공실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어 부동산 업계의 틈새 사업으로도 급부상 중이다.
해외에선 이미 ‘유력 산업’
국내 업계 1·2위 지점 수 급증
셀프스토리지는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시작돼 현재는 널리 상용화된 서비스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커피숍이나 편의점 같은 생활밀착형 시설로 인식될 만큼 산업이 커졌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와 OWID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셀프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74조원에 달한다. 미국은 시설 수가 5만3000여개로 스타벅스, 맥도날드, 던킨 등 미국 5대 식음료 프랜차이즈 시설을 합한 수보다 많다. 일본의 시설 수는 1만4000여개로 편의점 다음으로 많은 시설 수를 자랑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미국은 퍼블릭스토리지, 일본은 헬로우스토리가 꼽힌다.
업계는 한국에서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본격 열린 때를 2017년부터라고 본다. 당시 ‘도시화율 80%·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면서 개인 보관 서비스 수요가 발생하기 위한 기준을 충족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투자관리회사 존스랑라살(JLL)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셀프스토리지 지점 수는 지난해 5월 기준 300여개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한국스토리지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만도 11곳에 달한다.
업계 1, 2위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업계 1위 다락은 2016년 1호점 ‘휘문고점’을 오픈한 후 2022년 10월 50호점을 열었다. 현재 1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올해 5월 계약 기준 지점 수는 106개. 누적 계약 건수는 15만건을 웃돈다. 다락은 올해 200개까지, 4년 뒤 800개까지 설치 규모를 늘린다는 목표다. 업계 2위 아이엠박스의 지점 수는 2022년 12개에서 올해 5월 기준 60개로 급증했다. 아이엠박스는 올해 150개까지, 3년 뒤 500개까지 지점 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창업가·건물주에게도 ‘매력적’
고객이 셀프스토리지를 이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사로 인한 일시적인 짐 보관뿐 아니라, 낚시대·캠핑 용품 등 부피가 큰 취미 용품 보관, 피규어를 수집하고 되파는(리셀) 경우 등이다. 실제 다락 서울 상암동지점은 절반 이상 고객이 캠핑 장비를 보관한다. 바로 옆에 난지캠핑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셀프스토리지 고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20·30세대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집값도 계속해서 올랐다. 이에 1인 가구 주 거주층인 20·30세대가 자신의 물건을 집 근처 다른 곳에서 보관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락은 전체 고객 중 30%가 30대고, 20대는 약 28% 정도며, 아이엠박스도 20·30세대가 전체 고객의 40%를 차지한다.
셀프스토리지는 창업자와 건물주의 눈길을 끄는 사업 아이템으로도 주목받는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무인 매장인 만큼 무엇보다 유지·관리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쉽게 말해 투자자는 창고 구입, 임대료 등 사업 초기 비용만 부담하면 되는 구조다. 청소, CS 관리 등은 본사에서 도맡는다. CCTV와 휴대폰 앱으로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 다락에 따르면, 50평 기준 투자 비용 1억2000만원에 월 예상 수익은 650만원에 달한다. 한 예비 창업자는 “대학가 상권이 이전과 같지 않고, 기존의 고시원보다는 관리 이슈가 없으면서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셀프스토리지로 업종을 전환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들려줬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유휴 공간이나 공실이 있다면 부동산 전대 사업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대부분 건물이 부동산 수익으로부터 가격을 산정하는 ‘수익환원법’으로 건물 가치를 매기기 때문에, 셀프스토리지 지점 입점 후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도 좋다는 것. 실제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등의 공실에 셀프스토리지가 속속 입점하는 추세다. 자신의 건물에 아이엠박스를 입점시킨 한 건물주는 “건물에서 오랜 기간 공실로 방치되고 임차인을 구하기가 힘든 곳에 지점이 들어와 ‘공실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며 “해당 지점의 안정적인 수익원을 기반으로 입점 전보다 더 높은 건물 자산 가치가 형성됐다”고 들려줬다.
불법 시설로 규정되기도 했지만
정부, ‘셀프스토리지’ 활성화한다
국내 셀프스토리지 업계는 시장의 높은 수요에도 늘 위축돼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셀프스토리지 시설을 건축법상 창고 시설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고 시설이 건축될 수 없는 도심지에 있는 셀프스토리지 시설을 일부 지자체가 불법 시설로 규정, 해당 시설에 대한 철거 명령 등 행정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셀프스토리지 산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과기정통부가 최근 건축법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추진했기 때문. 셀프스토리지가 창고 시설로 분류되지 않고, 근린 생활 시설 등으로 분류될 수 있도록 해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셀프스토리지의 건축물 용도를 명확화하기 위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올해 상반기 내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번 사례처럼 트렌드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혁신 서비스가 규제로 인해 중단될 수 있었으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는 “셀프스토리지가 하나의 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새로운 규제가 신설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사업자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1호 (2024.05.28~2024.06.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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