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 도발해도 꿈쩍 않는 안보리…11개 외교장관 공동성명 꺼냈다

박현주 2024. 5. 31. 2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11개 국가·연합이 "북·러 군사협력에 대응해 독자 제재를 공조하겠다"며 장관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러가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압박 조치를 번번이 막아서는 데 대응해 동맹·우방이 일종의 '독자 제재 연합체'처럼 움직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최초의 독자 제재 공조 성명


31일 외교부는 '러·북 군사협력 대응 우방국 독자 제재 공조 관련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의 주체는 대한민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뉴질랜드, 영국 외교장관, EU 고위대표, 미국 국무장관으로 명시됐다. 성명에서 11개 국가·연합은 "각국 정부의 이번(recent) 독자 제재 지정이 북한과 러시아에 책임을 묻고,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되는 북한 무기의 불법적인 대러 이전에 관여한 개인과 단체에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한 조율된 노력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한·미·일을 비롯한 동맹·우방 다수가 대북 독자 제재에 관련해 별도의 성명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으로 공동성명까지 내고 공조를 약속한 건 연쇄적·중첩적인 대북 독자 제재가 동시다발로 단행된다면 유엔 안보리의 기능 부재를 메울만한 대북 압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한국은 지난달 2일 북·러 군수물자 수송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2척)·개인(2명)·기관(2곳)을 독자 제재했다. 이어 지난 24일 북한인(7명)과 러시아 선박(2척)을 독자 제재하는 등 최근까지 북·러 군사협력을 겨냥한 제재안을 연이어 내놓았다. 같은 날 일본도 북·러 군사협력에 관여한 개인(1명), 단체(11곳)을 독자 제재했다.

미국 또한 지난해 1월 북·러 무기 거래 정황을 담은 위성 사진을 공개한 후 수차례 관련 독자 제재에 나섰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에도 미 재무부는 북·러 무기 이전에 관여한 혐의로 러시아인(2명)과 러시아에 근거를 둔 법인(3곳)을 제재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관련해 독자제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무기 이전 결연히 반대"


이날 각국 외교 장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심 시설을 타격하는 데 사용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장기화시킨 계속되는 무기 이전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러·북 간 협력이 심화하는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 결의안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북한에 관한 구속력 있고 유효한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정보와 지침을 모든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박탈하고자 했다"면서다.

앞서 지난 3월 러시아는 현존하는 대북 제재에 '일몰 조항'(일정 시한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지게 하는 조항)을 넣자고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거부권을 활용해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15년동안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1일 활동을 종료했다. 한·미·일은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제재 감시 메커니즘을 구상 중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오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하기 위한 결의안 표결을 진행하는 모습. 유엔웹TV 캡처.


北 CVID 촉구…정찰위성 대응


한편 이날 장관급 공동성명엔 북한 비핵화 원칙인 'CVIA(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포기)'가 명시됐다. 장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불법적 무기 이전을 중단하고,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하기 위한 구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CVIA는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검증(V)과 불가역성(I)을 핵심에 두고 있다.

다만 장관들은 북한과의 외교 가능성도 열어뒀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길인 외교에 복귀하라는 수많은 진지한 제안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면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연설을 통해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를 인정했다. 노동신문. 뉴스1.


이날 장관급 공동성명은 지난 27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어떤 형태든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시험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에 더해 최근 북한이 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배후에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유엔 안보리 또한 이날 오후 북한의 위성 발사와 관련한 회의를 소집했다. 북한도 이해 당사국으로 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안보리는 북한이 위성 발사에 실패했던 지난해 5월과 8월, 그리고 결국 발사에 성공했던 같은 해 11월에도 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몽니로 대북 공동 조치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