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 도발해도 꿈쩍 않는 안보리…11개 외교장관 공동성명 꺼냈다
━
최초의 독자 제재 공조 성명
31일 외교부는 '러·북 군사협력 대응 우방국 독자 제재 공조 관련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의 주체는 대한민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뉴질랜드, 영국 외교장관, EU 고위대표, 미국 국무장관으로 명시됐다. 성명에서 11개 국가·연합은 "각국 정부의 이번(recent) 독자 제재 지정이 북한과 러시아에 책임을 묻고,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되는 북한 무기의 불법적인 대러 이전에 관여한 개인과 단체에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한 조율된 노력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한·미·일을 비롯한 동맹·우방 다수가 대북 독자 제재에 관련해 별도의 성명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으로 공동성명까지 내고 공조를 약속한 건 연쇄적·중첩적인 대북 독자 제재가 동시다발로 단행된다면 유엔 안보리의 기능 부재를 메울만한 대북 압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한국은 지난달 2일 북·러 군수물자 수송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2척)·개인(2명)·기관(2곳)을 독자 제재했다. 이어 지난 24일 북한인(7명)과 러시아 선박(2척)을 독자 제재하는 등 최근까지 북·러 군사협력을 겨냥한 제재안을 연이어 내놓았다. 같은 날 일본도 북·러 군사협력에 관여한 개인(1명), 단체(11곳)을 독자 제재했다.
━
"무기 이전 결연히 반대"
이날 각국 외교 장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심 시설을 타격하는 데 사용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장기화시킨 계속되는 무기 이전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러·북 간 협력이 심화하는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 결의안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북한에 관한 구속력 있고 유효한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정보와 지침을 모든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박탈하고자 했다"면서다.
앞서 지난 3월 러시아는 현존하는 대북 제재에 '일몰 조항'(일정 시한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지게 하는 조항)을 넣자고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거부권을 활용해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15년동안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1일 활동을 종료했다. 한·미·일은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제재 감시 메커니즘을 구상 중이다.
━
北 CVID 촉구…정찰위성 대응
한편 이날 장관급 공동성명엔 북한 비핵화 원칙인 'CVIA(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포기)'가 명시됐다. 장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불법적 무기 이전을 중단하고,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하기 위한 구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CVIA는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검증(V)과 불가역성(I)을 핵심에 두고 있다.
다만 장관들은 북한과의 외교 가능성도 열어뒀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길인 외교에 복귀하라는 수많은 진지한 제안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면서다.
이날 장관급 공동성명은 지난 27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어떤 형태든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시험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에 더해 최근 북한이 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배후에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유엔 안보리 또한 이날 오후 북한의 위성 발사와 관련한 회의를 소집했다. 북한도 이해 당사국으로 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안보리는 북한이 위성 발사에 실패했던 지난해 5월과 8월, 그리고 결국 발사에 성공했던 같은 해 11월에도 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몽니로 대북 공동 조치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2세 노인 손톱 밑에 낀 변…그의 존엄은 휴지 한 칸이었다 | 중앙일보
- "포르노 보는 것 같았다"…마돈나 콘서트 관객, 소송 제기 | 중앙일보
- "나야 윤석열, 좀 도와줘"…文때 쫓겨난 검사에 전화 걸었다 | 중앙일보
- [단독] 최태원측 "판결문 비공개" 요청…김시철 재판장 거부했다 | 중앙일보
- 'VIP 격노설' 그날…11시 54분에 168초 통화, 무슨 말 오갔나 [채상병 의혹 나흘간의 통화] | 중앙일
- 집주인 "4년치 손해 본 만큼 올려받겠다" 세입자 "1년새 5억 뛰어, 영끌해도 막막" | 중앙일보
- "장미 목욕 꿈꿨는데"… 치앙마이 욕조 가득 채운 벌레떼 | 중앙일보
- 돌 목욕·광합성 영상 936만명 봤다…'반려돌 아버지'된 김대리 | 중앙일보
- 한화 유니폼 입고 양손엔 성심당 빵…확 살아난 대전 옛 도심 | 중앙일보
- 차 빼달란 女 갈비뼈 부러뜨린 전직 보디빌더…법정구속에 울먹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