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이 뉴진스에게 전국 대학 축제를 돌자고 한 까닭

라효진 2024. 5. 3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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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2차 기자회견 총정리.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민희진)의 분쟁이 일단락된 모양새입니다. 먼저 30일 법원은 민희진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는데요. 이는 31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대주주 하이브가 민희진의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를 어기면 200억 원의 의무위반 배상금을 물어야 하고요.

그래서 31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민희진은 어도어의 대표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민희진 사단'으로 불리는 부대표와 수석 크리에이티브 팀장이 사내이사에서 해임됐어요. 여기에 하이브 측 인사로 알려진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선임됐고요. 당초 어도어 측 3인, 하이브 측 1인이었던 어도어 이사회의 판도가 뒤집어진 겁니다.

법원은 하이브가 제출한 주장과 자료 만으로는 민희진을 해임하거나 사임을 요구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민희진이 뉴진스와 더불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다고 봤는데요. 재판부는 이를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하이브와 민희진의 송사에도 유의미할 것으로 보이는군요.

민희진은 임시주총을 끝낸 31일 2차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다시 없을 폭탄 발언들을 쏟아 냈던 남루한(?) 차림의 민희진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말끔하게 차려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민희진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죠. 알고 보니 1차 기자회견 당시엔 사흘 동안 씻지도 않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상태였다고 해요.

그는 웃으며 등장했지만 시작부터 눈물을 보였습니다. 약 한 달 동안 쏟아진 엄청난 관심, 그 속에서 만난 응원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어요. 민희진은 "생면부지의 저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신 분들이 너무 고마워서 한 분 한 분 다 인사 드리고 싶을 정도"라며 "제가 이상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게 해 준 분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보은을 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죠.

민희진이 기자회견을 연 건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내막이나 법리적 사항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가 강조한 건, 자신은 하이브 자회사의 사장이기도 하지만 이에 앞서 어도어의 대표이사라는 점이었습니다. 어도어의 수장이기 때문에 자회사와 이해가 상충할 경우도 있지만, 첫번째로 어도어를 생각하기 때문에 '배임'은 말이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와 법률대리인들이 기자회견에서 줄곧 못 박은 것은 하이브와의 타협 혹은 화해였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송사가 있기 때문에 소모전은 더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사회 구성도 민희진에게 불리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언제든 그가 해임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두고 민희진 측 변호사는 다시 이사회 개최를 막는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하이브의 원만한 대처를 요청했습니다. 이미 법원에서 민희진의 해임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으니, 이 같은 안건을 다루는 이사회를 열 이유가 없다는 말이죠.

민희진은 지난 한 달 간 자신이 취한 태도가 '돈 욕심이 아닌 비전에 대한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줄곧 눌러 말했습니다. 뉴진스의 월드 투어를 위해 연말 음반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이 분쟁이 하이브 주주들에게도 피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다 건설적이고 건강한 논의를 하자면서, '인간적으로도 경영자로서도 그게 맞는 선택'이라고 한 건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을 향한 말로 들렸습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프로듀싱과 '전문' 경영이 분리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꺼내놨습니다. 이 산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의 마음으로 일하는 일이기 때문에 공산품을 만들어 사고 파는 산업과는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는 거였죠. 그러면서 최근 뉴진스가 진행 중인 전국 대학 축제 스케줄을 언급했습니다. 특히나 서울만이 아닌 전국을 돌려고 했던 건, 지방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였습니다. 더불어 대학생들이 주는 대단한 열기가 멤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내년 예정된 월드투어에 앞선 무대 경험도 쌓게 해 준다는 것이 민희진의 설명이었어요.

1차 기자회견과 달리 험한 말(?)들이 나오지 않은 건 결국 2차 기자회견이 하이브를 향한 타협 공개 제안이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정확히는 하이브가 먼저 자신과의 신의를 깼고, 이런 파국에 같이 일하기 힘들어진 건 마찬가지지만 '모두의 이익'을 따르자는 제안입니다. 다만 주주간 계약에서 경업금지 조항만 없어진다면 자신도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어요.

송사를 통해 참 많은 아이돌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민희진은 "모두에게 상처주지 않으려면 이제 언급을 그만해야 한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자꾸 끄집어내면서 상처를 운운하는 게 상처고, 그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선 타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죠. 그러면서 자신의 MBTI도 깜짝(?) 공개했는데요. '시시비비 가리기 좋아하는' ENTP지만 이번엔 모두가 유리한 방향으로, 아프더라도 참고 가자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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