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장악…민희진 “하이브와 타협 원해”
어도어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게 된 민희진(45)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에 손을 내밀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얻기 위한 싸움인지 잘 모르겠다. 타협점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이날 오전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 후 마련됐다.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 의혹을 들어 감사에 착수하고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으로 용산경찰서에 고발하자 지난달 25일 연 첫 기자회견 후 한 달여 만이다. 300여명 가까운 취재진이 현장에 몰렸다. 노란색 상의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연단에 오른 민 대표는 “누명을 벗어 홀가분한 기분이다.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1대 3 구도 재편…“여전히 대표직은 불안한 상황”
전날 법원에서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민 대표는 당장의 해임 위기에서 벗어났다. 민 대표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이수균 변호사는 “다만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기 때문에 이사진의 결의가 있다면 해임될 수 있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법원의 취지는 해임ㆍ사임 사유가 없다는 것이지만 법적으로 이사들의 의결권 행사를 강제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유임됐지만 그 외에 어도어 이사진은 교체됐다. 어도어의 기존 사내이사이자 민 대표의 측근인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에 대한 해임안과 신규 사내이사 3인의 선임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ㆍ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ㆍ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하이브 측 인사가 선임되면서, 어도어 이사회는 민 대표와 하이브 각각 1대 3 구도로 재편됐다.
“펀치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 됐다…삐지지 말자”
이런 상황에서 민 대표는 “현재 저의 1순위는 어도어 대표이사의 역할 수행이다. 어도어와 뉴진스의 이득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일본 데뷔 및 도쿄돔 팬 미팅, 연말 월드투어 등 뉴진스의 일정을 나열하며 “한 달여 분쟁으로 뉴진스의 활동 계획이 혼란에 빠지는 상황을 막고 싶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전날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온 뒤 “추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 ‘배신적 행위’라고 볼 수는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명시했는데, 전자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다.
이에 민 대표는 “회사는 친목을 위해 다니는 곳이 아니고, 경영인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며 “다른 보이밴드가 5~7년 만에 낼 성과를 뉴진스를 통해 2년 만에 냈다. 그런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하이브에 “펀치를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 이제 됐다. 제가 항상 당부하는 게 ‘삐지지 말자’”라며 타협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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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비전은 ‘행복하게 살자’”
민 대표는 “잘 되면 모두가 그 스타일을 따라 하는 식으로 K팝이 한 가지로 고착화돼선 안 된다”면서 “뉴진스와 저의 비전은 ‘그저 행복하게 살자”라고도 덧붙였다. “멤버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인도하느냐가 중요하다. 7년 뒤 회사가 붙잡고 재계약하는 것도 폐단이라고 생각한다. 자립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그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새 사내이사들이 어도어 경영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그렇게 된다면 그분들이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되는 것이라 심각해질 수 있다. 하이브가어도어를 발전시키고 뉴진스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협의하실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진행 중인 민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비롯해 하이브와 민 대표 간의 법적 쟁점은 아직 남아 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하이브 측이 향후 민 대표 해임안에 대한 임시주총 개최를 재차 요구할 수도 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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