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죄평결에 엇갈리는 美…"초박빙에 미지수 추가"

문채석 2024. 5. 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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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시각 엇갈려
WSJ "중요한 건 경제"
NYT "청년·유색인종 등 돌릴 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대선을 불과 5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치러질 오는 11월 대선이 승자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박빙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범죄'(felony) 유죄 평결이라는 불명예에 휘말린 만큼 이번 일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것으로 정치권과 언론은 예측하고 있다.

미 언론 대다수는 유죄 평결 자체가 대선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지, 정작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하는 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를 명확히 가늠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봤다. 충격파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를 놓고는 의견이 다소 갈리고 있는 분위기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유죄 평결이 2024 대선전을 뒤흔들다'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평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경합주에서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레이스에 '상상할 수 없는 예측불가능 요인'(unimaginable wild card·미지수)가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WSJ은 그러면서도 이번 평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는 쪽에 힘을 실었다.

WSJ는 "이제 유권자들이 스스로의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무수한 추문들을 이겨냈고, 미국인들은 그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에도 익숙해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도 다수의 여성들을 상대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포함해 다수의 추문에 휘말렸으나 이를 극복하고 대권을 거머쥔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다수의 민·형사 사건으로 기소돼 툭하면 법정을 들락거리는 처지가 됐지만 특유의 자신만만한 화법으로 '정치 박해','사법 무기화' 등을 외치며 지지자들을 결집, 손쉽게 공화당 대선 주자 자리를 꿰찼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의 전략분석가 스콧 리드는 "('성 추문 입막음 돈' 재판이 진행된) 지난 6주 동안 경합주의 유권자라는 또 다른 종류의 배심원단이 트럼프를 지켜봐 왔으며, 그를 향한 지지세는 계속 커지고 있다"며 "트럼프가 논란에 더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유권자들은 떠들썩한 선정주의(sensationalism)를 더욱 더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WSJ은 또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하는 주된 동력은 겅제라면서, 바이든 대통령 집권 기간의 견조한 일자리 성장과 주식 시장 활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권자들은 물가상승을 잡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가 더 좋았다고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ABC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경제에 관해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14%포인트 더 높았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수지 와일스도 이번 재판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경제가 계속 최우선 의제가 될 것이라고 WSJ에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 측도 내부 여론조사를 인용해 "핵심 경합주에서의 유권자는 이번 재판에 대해 이미 마음을 정했다"며 "대부분의 유권자, 특히 우리 지지자들은 이번 재판이 정치적인 동기에서 시작됐고, 유죄 평결은 편향된 보여주기식 재판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평결이 중요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최근의 여론 조사 결과로 살펴볼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꼭 잡아야 하는 젊은층·비(非)백인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NYT는 우선 지난 10년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정치인들 같으면 살아남지 못할 여러 사법 리스크들을 극복하는 세 차례 대선 후보로 나설만큼 정치적인 유연성을 과시해 왔고, 충성스러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추종 세력을 의미) 지지층이 이번 유죄 평결로 그에게 별안간 등을 돌릴 가능성도 없다고 짚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유죄 평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 지난 5일 ABC 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16%는 지지 여부를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NYT가 시에나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지지층 7%는 트럼프가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투표를 할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이런 경향은 특히 젊은층과 유색인종에게 두드러졌는데, 젊은 트럼프 지지층의 21%, 흑인 지지층의 27%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바이든 지지로 돌아설 것으로 답변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초박빙으로 분석되는 현재 대선 구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려면 과거에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던 젊은층과 흑인,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어떤 것이라도 차이를 만들기 충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유죄 평결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기사에서 "이번 대선이 워낙 초박빙이라 아주 작은 일이라도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캠프는 이번 평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돼 중도층 유권자들의 불신과 실망감을 키움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이번 평결을 부각하다가는 오히려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해 바이든 대통령 측으로서는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공개적으로는 이번 평결이 나온 직후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유죄 평결이 박빙 대선 구도라는 역학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캠프 당국자들의 비공식적인 반응이라고 WP는 전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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