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진 민희진 “뉴진스 위해 하이브와 화해하고 파”
울고불고하며 심경을 토해내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6일 만에 취재진 앞에 다시 섰다. 이번엔 활짝 웃는 얼굴로 등장한 그는 “누명을 벗어 홀가분하다”며 솔직한 소회를 이야기했다. 뉴진스와 버니즈(팬덤)를 비롯해 자신을 응원한 이들에게 감사함을 표할 땐 눈물도 보였다. “대의를 위해 하이브와 화해를 원한다”고도 했다. 3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차 기자회견을 가진 민희진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늘 정공법 택해… 하이브와 화해 원한다”
민희진 대표는 이날 오전 중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고 알렸다. 이를 두고 지난번 기자회견처럼 파격적인 입장을 알리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일었다.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에게 갑자기 만나자고 하면 이상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운을 뗐다. “나는 늘 정공법이고 항상 솔직하다”면서 “주주총회로 이사회가 바뀐 만큼 모두의 궁금증을 한 번에 털어내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도 했다.
하이브에는 화해를 제안했다. “누구를 위한 건지, 뭘 얻기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더라”고 말을 잇던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와 하이브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싸움을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싸움을 일으킨 것도 아니니 화해를 원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또 자신의 1순위가 뉴진스와 어도어라고도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와) 이해관계로 만난 만큼 어른답게 좋은 판단을 내리고 싶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한 수 접을 의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브 자회사 사장이기 전에 어도어 대표이사”
민희진 대표는 어도어 대표이사이자 하이브 자회사 사장인 만큼 하이브와 이해관계가 상충한 일이 여럿 있다고 털어놨다. 외부 업체와 협업이 대표적이다. 민희진 대표는 “내부 부서는 외부 프리랜서보다 생존력이 둔화할 수 있다”면서 “웬만하면 회사 계열사를 이용하는 게 먼저지만, 내가 추구하는 역량에 미치지 못하면 외부와 일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면 눈치가 보이고 실제로도 눈치를 준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행동이 궁극적으론 하이브에 보탬이 된다고 피력했다. 단기적으론 모회사의 연결 매출이 줄어들어 손해 같아도, 어도어 매출 증가분이 하이브 매출에 포함돼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민희진 대표는 “콘텐츠의 질을 올리면서도 조직 내 자율 경쟁적 사고를 갖출 수 있다는 게 이점”이라며 ”이런 상황에 토라지거나 불만을 내비치기보단 본질적인 개선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팝 업계 고착화되지 않길 바라”
이날 민희진 대표는 이번 분쟁의 원인이 직위나 금전 욕심이 아니라고 확실히 못 박았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게 “뉴진스와 함께 비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케이팝 시장에 새 모멘텀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는 설명이다. 뉴진스 기획 당시부터 이들의 행복을 첫째 가치로 삼은 이유다. 표준계약기간인 7년을 채우고 관행적으로 재계약을 추진하기보다는 이들이 가질 꿈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민희진 대표는 “회사 이익을 위해 재계약하는 건 (케이팝의) 폐단”이라면서 “케이팝 업계가 고착화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뉴진스 부모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 중인 이유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부모와 회사가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는 일은 많지 않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민희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재직 당시 이 같은 체제가 상호 오해를 쌓을 수도 있다고 봤다. 자신의 사업체를 꾸린 뒤 부모들과 회사 경영부터 멤버들의 비전을 공유한 이유다. 민희진 대표는 “아이돌 산업을 잘 끌어가기 위한 고민의 해답으로 찾은 게 부모와 소통”이라면서 “콘서트 일정이나 향후 계획, 멤버 컨디션 등 경영 판단에 부모들이 도움을 준 덕에 어도어의 매출도 좋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듀싱과 경영은 분리해선 안 된다”
어도어의 대표이사이자 대표 프로듀서이기도 한 민희진은 “프로듀싱과 경영이 분리돼선 안 된다”는 지론을 펼쳤다. 그는 “전문 경영인은 그 분야에 관한 이해도가 높고 업력 역시 기본이 돼야 한다”고 했다. 엔터테인먼트업이 사람을 내세운 일이어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로써 일해야 하는 게 이 일의 굉장한 변수”라며 “성장이 가파른 만큼 리스크도 크다. 아티스트 열애설과 감정 동요로 주가가 출렁일 수도 있는 만큼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선 엔터업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20년 동안 업계에 몸담으며 프로듀싱과 경영이 일원화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최근 뉴진스의 대학 축제 출연료 기부를 예로 들었다. 지방에서도 뉴진스를 향한 수요가 있는 반면 공연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삼은 게 대학 축제다. 신곡 홍보는 물론 멤버들의 공연 경험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내년 해외투어를 기획 중인 만큼 대학 축제는 좋은 시험대였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행사에 내보낸다는 오해를 받을 여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출연료 기부를 결정했다. 민희진 대표는 “내가 경영인이 아니라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프로듀싱과 경영이 맞물릴 때 효율이 어디까지 극대화될지 살피려 한다. 앞으로도 뉴진스와의 이런 행보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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