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은 왜 사라졌나 [플러스와이]

방서후 기자 2024. 5. 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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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방서후 기자]
<기자>

"준비하시고, 쏘세요."

이 대사,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바로 주택 복권 추첨을 앞두고 외치는 신호였죠.

첫회 1등 당첨금이 300만원이었습니다.

당시 서울시에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공급한 시민아파트 18평을 70만원 남짓한 돈으로 살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궐 같은 집을 사고도 남는 돈입니다.

시간이 흘러 주택 복권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아파트는 복권에 비유돼 왔습니다.

복권을 구입하는 것처럼 청약을 신청하고, 당첨만 됐다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청약시장의 법칙이 점점 깨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하나 하나 뜯어보겠습니다.

<앵커>

궁금한 경제 이야기, 플러스와이입니다.

요즘 나오는 아파트 분양가 보고 놀라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제는, 분양만 받으면 어느 정도 차액이 보장되던 그런 시대가 끝난 것 같습니다.

달라진 아파트 청약시장의 법칙,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방 기자, 한 마디로 로또 청약이 사라지고 있는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기자>

올해 들어 새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로또 수준의 차익은커녕 인근 집값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반분양가 추정치가 공개된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아파트를 예로 들면요.

국민평형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15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면적의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평균 13억원을 넘은 지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강남이 아닌 강북에서 15억원을 넘보고 있는 겁니다.

이런 곳이 지금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앵커>

간단하게, 집값보다 분양가가 더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네요.

그런데, 분양가가 오른 이유를 다들 공사비 상승 때문이라고들 하는 데, 그 얘기는 맞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홍제3구역을 기준으로 계속 설명 드리면요.

시공사가 3.3㎡당 공사비를 기존 512만원에서 784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 평당 3천만원이던 일반분양가도 4,25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기존 공사비는 지난 2020년 시공사 선정 당시 가격이었고, 지금은 2024년 하고도 반이 지난 상황입니다.

통상 정비사업 공사비를 크게 재료비(45%), 노무비(40%), 기타 경비(15%)로 나눠 책정하는데요.

재료비 중에서 시멘트는 40% 넘게 뛰었고, 시멘트 가격과 연계되는 레미콘 가격도 30% 이상 올랐습니다.

골재도 같은 기간 40% 가까이 상승했고요. 아파트를 지을 때 들어가는 노무비도 50% 뛰었습니다.

이렇듯 공사비의 85%를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공사비 인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앵커>

일단, 공사비가 올랐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앞서 본 홍제3구역 사례를 볼 때, 평당 공사비는 270만 원 증가했는데, 분양가는 1,200만 원이나 올랐습니다. 이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기자>

여기서 분양가의 구조를 잠깐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 그리고 가산비를 합쳐 책정됩니다.

택지비는 땅값이고 건축비는 지금 우리가 말한 공사비입니다.

가산비는 말 그대로 추가 비용, 즉 택지비와 건축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입니다.

그런데 아까 우리가 말했던 공사비는 시공사가 지어주는 모든 면적, 즉 계약면적을 기준으로 책정한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분양가는 실제 분양받는 사람이 기준이기 때문에 계약면적보다 좁은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말합니다.

따라서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공사비 상승분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선 공급면적으로 환산한 공사비로 보셔야 합니다.

<앵커>

왜 그렇게 면적 기준을 다르게 잡는 겁니까? 오히려 복잡합니다.

<기자>

아파트를 지을 때 방이나 주방, 화장실 같은 내부만 지어주는 게 아니잖아요?

시공사는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나아가 지하주차장이나 단지 내 공원까지 전부 지어주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이 면적들을 모두 합해서 공사비를 산정합니다.

하지만 단지 안에서도 내가 직접 거주하고 생활하는 공간은 아파트 한 동, 그 중에서도 한 층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분양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제한된 면적에 대한 비용을 분양가로 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리하면, 계약면적 기준으로는 평당 공사비가 512만원에서 784만원으로 270만원 남짓 오른 게 맞습니다.

하지만 공급면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공사비는 940만원대에서 1,420만원대로 500만원 가량이 오른 것입니다.

<앵커>

그렇게 따져도, 공사비는 500만 원밖에 안올랐는데, 분양가는 1,200만 원이나 올린 것 아닙니까? 이건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공사비는 새 아파트 단지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그리고 정비사업장은 보통 낡은 집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하수관로 개량이라든지 노후 인프라를 개선하는 공사비는 따로 책정되는데요.

이걸 기타 공사비라고 합니다.

그밖에 이주비나 중도금 대출이자 같은 금융비용, 조합 운영비와 용역비 등의 명목으로 붙는 각종 경비도 있습니다.

이런 경비와 기타 공사비를 모두 추가 사업비라고 하는데, 이 또한 평당 200만원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금융비용 같은 경우 최근 몇년 간 지속된 고금리 기조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출의 합이 평당 700만원 넘게 올랐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따져보면, 전체 분양가 상승분 1,200만 원 중에 공사와 관련된 모든 비용이 차지하는 게 700만 원이라는 거군요.

그런데, 그래도 500만 원이 남았습니다. 이건 또 왜 오른 겁니까?

<기자>

그걸 설명하기 전에 또 잠깐, 홍제3구역 같은 정비사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주택사업을 할 때 시행사와 시공사가 있습니다. 시행사는 땅 주인이고 시공사는 건설사입니다.

정비사업에서는 이 시행사가 바로 조합입니다.

조합은 시공사에게 새 아파트를 지어달라며 수천억원의 공사비를 지출하고,

대신 그렇게 재건축으로 늘어난 세대수를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에게 분양해 마진을 남깁니다.

아까 분양가가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의 합이라고 했죠.

땅값은 내역을 살펴본 결과 변동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건축 시설 공사비를 건축비라 보고, 기타 공사비와 추가 사업비, 그리고 조합 마진을 가산비라고 봤을 때, 나머지 500만원은 조합 마진 상승분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조합 마진이 평당 500만원 증가하긴 했지만 공사비와 관련 지출은 700만원이 늘었죠.

결국 공사비가 치솟으며 일반분양을 받는 사람들은 물론 조합원들의 차익까지 줄어든 셈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결국 공사와 관련된 여러 비용들이 급격히 늘면서, 직간접적으로 분양가에 영향을 미친 거군요.

그렇다면, 이게 일시적인 현상을 아니겠군요. 공사비를 둘러싼 여러 비용들이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 번 오른 공사비는 계속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기 힘듭니다. 당연히 분양가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죠.

따라서 청약시장도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보다는,

새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가격이 오늘 가장 싸다고 생각하는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전망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그래도 여전히 로또 아파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반포에 있는 한 아파트 같은 경우는 당첨만 되면 20억 원을 벌 수 있다고 하던데, 그건 특수한 경우입니까?

<기자>

말씀하신 단지가 래미안 원베일리였죠.

시세 차익이 높을 것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청약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불었던 단지들이 어디 속해 있는지 잘 보시면 거의 강남이거나, 분양가 상한제로 묶였던 지역입니다.

한 마디로 분양가 상단을 제한해서 기존 집값이 분양가보다 많이 오른 지역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제는 강남3구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분양가 규제도 풀렸습니다.

결국 분양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플러스와이 방서후 기자였습니다.
방서후 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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